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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산 원유 감축 신중해야

  • 입력 2012.01.19 23:33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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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방문한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이란·북한제재조정관은 이란으로부터 수입하는 원유량을 50% 줄여 줄 것을 요청했다. 요청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압력이나 다름없다.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일본과 중국을 먼저 방문한 아인혼 조정관은 두 나라가 모두 50% 감축에 동의하거나 노력하겠다고 했다면서 우리 정부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이란으로부터 수입하는 원유량은 연간 총수입량의 10% 정도다. 이미 아랍에미레이트와 오만 등으로부터 이란산 원유수입을 줄일 경우 대체수입을 하기로 약속했다고는 하지만 국제유가의 불안에 더해 수급마저 불안정하다면 우리 경제 전반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더구나 이란은 지난해 72억불에 이르는 우리 상품의 큰 수출시장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란의 핵개발이 북한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면서 동참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서 우리 정부로서도 거절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할 경우 위기상황이 타개되고 나면 이란과의 불편한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고, 향후 원유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미국과 최대 30% 감축안을 두고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내부적으로 20% 감축안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던 입장에서 크게 양보한 결과지만 미국이 요구한 50% 감축에는 미치지 못해서 향후 협상결과가 주목된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소고기수입 협상, 한미FTA 체결, 차세대 전투기 도입 등 대부분의 정책에서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녔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으며, 국제사회 역시 그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번 기회에 미국에게 우리의 입장을 확고하게 설명하고 가능한 양보를 받아내야 할 것이다. 에너지자급율이 3% 미만으로 세계 최저수준일 뿐만 아니라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수급의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제정세의 일희일비에 따라서 에너지수입 정책이 변경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란산 원유수입을 30% 감축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적으로 환영하며, 미국과의 동맹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되 우리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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