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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낳고 있는 경조사 문화

  • 입력 2011.10.18 15:41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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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잘못돼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면서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경조 문화다. 결혼식을 앞두고 ‘본전 회수’ 차원에서 청첩장을 대량으로 뿌리고, 상을 당한 사람들은 동시다발로 부음을 낸다. 경조사비가 물가상승 바람을 타고 인플레되면서 축하나 애도의 본뜻은 점차 사라지고 경제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낳고 있다.
실제 우리 가계의 경조사비 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올해 경조사 비용으로 가계가 지출하는 돈이 9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가계는 지금 총부채가 900조원에 달해 신음하고 있고 교육비, 주택 장만, 노후 설계라는 마(魔)의 트라이앵글에 갇혀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몇 년째 하고 있는 것만 봐도 한국인의 고통지수를 알 만하다. 그런데 경조사비가 9조원으로 교육비 20조9000억원의 절반에 육박할 지경이니 혼사가 만발하는 이 가을이 결코 반갑지 않을 것이다.
한 달에 경조사비로 500만원이나 써야 하는 사례도 있다 하니 이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고위 공직생활을 마친 사람이 경조사비를 낼 돈이 없어 왕따를 당하고 결국 이민의 길을 떠난다는 말까지 나온다.
 경조사 문화는 부조(扶助)의 정신이 깃든 가치 있는 관습이다. 그러나 가정 경제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개인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수준이라면 개선돼야 한다. 비용뿐 아니라 허례허식으로 인해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는 것도 문제다. 이런 문화를 단번에 바꿀 수는 없을 것이나 청첩장이나 부고장을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보내고, 받은 사람은 그 의미를 잘 새길 수 있도록 적정한 수준에서 실천하는 것을 습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도층이 솔선수범하고 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건전한 경조문화 정착에 앞장서야 한다. 경조문화는 그 한계를 지킬 때에 의미가 살아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는 이런 경제적 부담과 스트레스로부터 우리 스스로 벗어나는 결단이 필요하다. 허례허식을 걷어내고 내실 있는 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실용이다. 문화로 굳어진 관행이 당장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 내용을 검소하고 실용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가능하리라고 본다. 이를 위해선 청첩장이나 부고장을 꼭 보내야 할 사람에게만 보내고 받은 사람도 적정 수준에서 성의를 표하는 게 관행으로 정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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