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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은 “金(김)리스크”에 대한 진솔한 답을 내 놓아야 한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 입력 2024.01.21 15:48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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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의도 정치판이 변하는 것 같다는 여론이 있지만 용산의 귀는 막혔다는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가 본격 가동에 들어간 뒤 몇 가지 달라진 행태가 눈에 뛰고 있다. 보수 지지층을 발판 삼아 중도로 외연을 넓혀 나가는 한 위원장 행보는 넓혀가고 있지만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쓴 소리가 당내에서 이어지고 있는데도 답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는 여론이다.

엊그제는 한동훈 비대위에 합류한 ‘조국 흑서’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김경률 회계사가 고언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행동’을 주문한 것이 눈에 뛰고 있다. 그는 이 특검법이 민주당의 총선용 정략 법안임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 찬성 여론이 다수라는 점을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풀어 줄 방안들을 용산과 국민의힘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이다. 용산 대통령실은 왜 깔금한 답변을 내놓고 총선준비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아우성인데 왜 귀를 막고 있는가. 묻고 싶다.

그런 가운데 초선의 김웅 의원은 엊그제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회견에서 “지금 국민의힘은 민주적 정당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비대위가 추진 중인 불체포특권 포기를 강요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정치판에서 흔히 보듯 탈당하며 침을 뱉는 모습이 아니라 당에 남아 당이 부여한 소명을 계속 이어 가겠다고 했다.

대표적 진보 단체인 참여연대에 몸담고 있다가 조국 사태로 민주당 중심 진보 진영에 등을 돌린 김경률 회계사와 검사 출신의 비주류 김웅 의원의 목소리가 향하는 지점은 바로 민심의 저변을 용산이 보다 넓게 봐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 보수 지지층에서 벗어나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말과 행동이 집권세력에게 지금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정치인과 기업인의 사과(謝過)는 1970년대에 사과학(theory of apology)이 생길 정도로 중요한 갈등 관리 수단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결 가치 사과는 패자의 언어가 아닌 리더의 언어, 승자의 언어라고 지적하고, 첫 번째 원칙으로 숨기면 작은 것도 커지고 밝히면 큰 것도 작아 진다를 톱으로 꼽는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논란 역시 법률 차원의 시비 이전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가 직접 진솔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왜 귀를 막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2022년 9월 자행된 김 여사에 대한 몰래 카메라 촬영은 단순한 함정 취재가 아니라 정치 공작으로 봐야 한다는 여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있는 사실을 당사자 모르게 취재한 것이 아니라, 없는 사실을 조작해내려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엄정한 사법 처리가 필요하다. 또 다른 문제는 정치적 여파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로서는 피해자인데 무슨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국가지도자는 국민 궁금증에 답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윤 대통령 스스로 지난해 10월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특검법은 재의 요구가 당연했지만,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다수가 거부권 행사를 비판한 것도 ‘명품 백’ 때문이었다. 사과학 기본 이론처럼, 제대로 밝히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문제가 커졌다는 것이 오늘날 정치판의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총선을 80여 일 앞두고 민심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용산 대통령 참모들은 모두 모르는 첫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공적 절차를 거쳐 문제의 가방을 보관 중이라고 하지만 그게 무슨 답변이 되겠는가. 먼저 정상외교나 공식 행사에서 공식적으로 주고받은 선물이 아니라는 데 근원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왜 모르고 있는가. 그래서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비까지 나오는 이유다.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받아선 안 된다(제8조 4항),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았을 때 신고(9조 1항), 금품을 반환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히도록 한 의무(9조 2항) 등의 조항만 읽어보더라도 그냥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용산 참모들은 모르는가 묻고 싶다.

최근 국민의힘 외부 영입인사들과 일부 중진그룹에서 ‘영부인 리스크’를 직접 언급하고 있는 것도 귀담아 듣고 조치를 해야 된다. 원내지도부는 엊그제 의원총회에서 “명품백 수수 의혹의 본질은 정치공작”이라고 강조했으나 이에 반발하는 비판이 나왔다고 한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커질 전망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위기감에서 촉발된 당내 의견들을 귀담아듣고 전향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다.

여당에서 이를 처음 공론화한 건 김경율 비대위원이다. 참여연대 출신에 ‘조국흑서’ 저자 중 한 명으로, 한 위원장이 서울 출마를 직접 소개한 인물이다. 김 위원은 지난 8일 “3선·4선도 알고, 용산 대통령실도 알고, 전직 장관도 알고 있음에도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엊그제는 “디올 백은 심각한 사건이다. 김 여사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영입인사인 범죄심리전문가 이수정 교수는 “김 여사가 경위를 설명하고, 선물이 보존돼 있으면 돌려주고, 국민께 사과”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 3선 하태경 의원은 “대선 때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던 말씀을 못 지켜 미안하다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조해진 의원과 총선 출마 선언을 한 김무성 전 대표도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신년 기자회견도 서두르는 게 좋을 듯 하다는 여론도 많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진솔하게 의혹의 배경을 설명하고 실수가 있었더라도 겸허히 이해를 구한다면 풀리지 않을 문제가 없다. 한동훈 체제의 여당이 달라졌다는 소리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윤석열 정부성공과 총선 승리가 절실하다면,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 수습 방안을 속히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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