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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대위 앞에 놓인 난제들…구관이 명관이라는 옛말도 한번쯤 생각해야

홍성봉의 是是非非

  • 입력 2023.12.25 15:54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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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치권이 년 말을 맞으며 그 어느 때 보다 심한 파도와 같이 출렁이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친명. 비명과 친윤, 비 윤과의 갈등이 심각하게 요동을 쳐 왔다. 여야의 혁신위원들은 구관이 명관이라는 옛말을 잊은 채 다선의원들을 몰아내는 혁신 위 활동이 끝을 맺지 못하고 해산 되는 등성과를 얻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그런 어수선한 가운데 젊음을 과시하던 정치경험이 없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22대 총선 정국을 이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21일 지명됐다. 한 전 장관은 국민의힘의 비대위원장 제의를 수락한 뒤 윤석열 대통령에게 장관직 사의를 표명했고, 바로 이임식까지 치렀다. 한동훈 비대위는 오늘(26일) 여당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연내 출범하게 된다. 정부·여당이 ‘검사 대통령’과 ‘검사 비대위원장’ 체제가 되는 것에 국민들이 의외의 일이라는 여론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검찰 시절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 한 전 장관은 국민의힘 제안을 수락하고 바로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김기현 전 대표가 사퇴한 지 8일 만이다. 추인 절차를 거쳐 다음 주 초 선 임이 이뤄지면 국민의힘은 집권 2년도 안 돼 주호영·정진석 비대위에 이어 세 번째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게 된다.

그러나 구관이 명관이라는 옛말은 사라지고 이제 정치판에 새로운 바람이 예고되는 한 전 장관의 정치 경험 부족과 중도 확장성의 한계에 대한 여당 내 우려에도 중진 의원 연석회의와 비상 의원총회,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 상임고문단 의견 청취 등을 거치며 일사천리로 한동훈 불가피론이 굳어졌다. 지금 여당의 생각은 젊은 세대와 중도층에 많은 기대 속에 이루어 진 것 같다. 또한 당내에서 윤재옥 대표 권한대행은 임진왜란 같은 위기인데 장수를 아껴서 뭐하냐고 했고 또 배 12척을 맡겨 보자는 말도 나오는 등 어수선한 가운데 속전속결로 매듭을 지었다. 지명 전 한 장관은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며 의지를 드러낸 한 전 장관은 엊그제 퇴임하면서 상식 있는 동료 시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길을 만들겠다며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한 전 장관은 평소 특유의 직설적 언행으로 신선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최근에는 엘리트 이미지에 패션 감각까지 더해져 팬 카페도 생겨났으며 차기 지도자 여론조사에선 1, 2위를 다투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검사 출신 스타 장관과, 여당 대표로 난국과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할 비대위원장은 그 역할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여론도 많다. 투사형 못지않게 소통과 협치의 리더십도 절실한 위기이다. 최우선 과제는 비대위원장으로서의 비전 제시다. 어떻게 하면 멀어진 민심을 되돌리고 총선에서 승리해 안정적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의 독주와 불통에 반론을 제기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지난 19일에는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악법’으로,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공작’이라고 규정해 윤 대통령 부부를 앞장서 비호하기도 했다. 한 전 장관은 그동안 야당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공격적 언사로 여당 지지층의 박수를 받았지만, 여당 지도자의 태도여선 이런 언사들은 해서는 곤란하다. 야당과의 대화와 설득 대신 대결과 갈등을 부추긴다면 협치가 설 자리가 없다는 여론을 꼭 귀담아 듣기 바란다.

한 전 장관은 비대위원장 수락 소감으로 국민의 상식과 국민의 생각이라는 나침반을 가지고 앞장서려 한다고 거침없는 말은 했다. 하지만 봉인의 생각보다 국민의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를 불식하는 것은 한 전 장관의 몫이다. 국민 눈높이에서 당 쇄신을 주도하고, 총선 공천에서도 검사들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 특히 민심과 어긋나는 대통령에게 제 목소리를 내고 용산과의 종속적 관계를 끊어내야 한다. 한 전 장관이 새로운 변화로 중도층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여당의 ‘총선 구원투수’가 아니라 ‘패전처리 투수’가 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러려면 먼저 지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부터 제대로 복기해야 한다. 여당은 누구의 작품인지 몰라도 구청장으로 당선됐다 구속된 사람을 형집행정지로 불러내 다시 구청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정말 누가 생각해도 잘못된 일이라고 아우성을 쳤다. 판결은 뻔 했지 않은가. 민심은 독단과 독선적 국정 운영과 정책 혼선, 과잉 이념 경쟁을 되돌아보고 바꾸라는 총체적 쇄신과 성찰의 주문이 나타났다.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 한마디로 대통령부터 달라지라는 목소리가 나와야 했다. 김 전 대표 체제가 9개월 만에 무너진 것도 수직적 당정 관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쓴 소리해야 할 레드팀의 역할을 해내지 못한 탓이 결정적이었다는 여론도 알아야 한다. 한 전 장관이 그런 본질적 변화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한 전 장관을 지명한 이유는 높은 인지도와 비정치인 출신의 참신함이다. 총선 4개월을 앞두고 정권 심판 론이 우세한 국면을 전환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한 전 장관은 누가 뭐래도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윤 정부 황태자로 알고 있다. 여권 위기의 본질은 수직적 당정관계인데, 윤 대통령 분신이 여당 사령탑이 되면 용산 직할 체제는 더 노골화할 게 뻔하다. 가뜩이나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이 큰데도 여당 비대위원장까지 검사 출신이 맡는 것은 민심에 역행한다. 이것이 반성하고 변하겠다던 윤 대통령의 약속이고, 여당이 원했던 혁신의 끝인지 한 번 더 묻게 된다. 제22대 총선 가운데 구관이 명관이라는 옛말도 한번쯤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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