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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엔 퇴출’ 재추진 필요하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 입력 2023.10.23 16:46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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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4일)은 유엔의 날 설립 78주년을 맞는 유엔과 인연이 각별한 날이다. 우리나라가 해방된 해에 설립된 유엔은 1948년 정부 수립 때 총회 결의 제195호를 통해 ‘한반도의 유일 합법 정부(the only, lawful government in Korea)’로 공인했고, 북한의 남침 땐 평화 파괴행위로 규정한 뒤 유엔군을 파병해 자유민주주의를 지켰다. 전후엔 한강의 기적을 낳을 수 있는 사회경제적 토대를 마련해줬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유엔의 아들’로 불리는 이유다.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을 내세우면서도 민주주의와 공화 가치를 무시한 채 깡패집단처럼 유엔의 감시를 거부하며 소련식 공산 체제를 이식했고, 소련·중국을 등에 업고 침략 전쟁을 벌임으로써 유엔헌장을 위배했다. 1991년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이후엔 핵 개발에 골몰하며 평화를 위협했다. 유엔이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 결의 제1718호를 시작으로 제2397호에 이르기까지 총 10개의 초강력 제재를 부과한 배경이다. 유엔 역사상 북한처럼 많은 제재를 받은 나라는 없다. 이 같은 ‘제재 전과(前過)’는 북한이 시종일관 유엔의 가치 파괴에 앞장선 말종(rogue) 국가였음을 입증해준다. 북한의 ‘반(反) 유엔’ 행태는 러시아와 밀착하며 부쩍 심해졌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유엔총회가 규탄 결의를 통과시킬 때 193개 회원국 중 시리아, 벨라루스, 북한, 에리트레아만이 러시아 편에 섰다. 내전을 겪은 나라거나 러시아 2중대 유의 소국들이다. 최근 김정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기 거래 회담까지 벌였다. 김여정이 안전보장이사회를 “미국과 서방에 완전히 엎어진 신냉전기구”라고 비난한 뒤 북 외무성은 이를 유엔 무대에서 복창하고 있다. 유엔 제재 결의 위반에 이어 안보리 권능까지 조롱하는 것은 회원국 자격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러·북의 일탈에도 불구하고, 유엔은 국제 평화의 중추 기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를 통해 러시아의 권능을 줄이는 방식의 안보리 개혁을 제안한 이유다. 

이번 기회에 ‘안보리가 부과한 예방·강제 조치를 위반할 경우 안보리 권고에 따라 총회가 회원국의 권한·특권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유엔헌장 제2장 제5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사례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로 1974년 자격이 정지됐고, 정책 폐지 후 복귀했다. 당시 유엔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우회, 총회 표결로 이런 결정을 했다.

북한의 거듭된 인권 침해, 김정남 독극물 살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등 악행은 남아공에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결의 제2321호엔 ‘외교 제재’ 조항도 있다. 추가 도발 시 ‘회원국 권리와 특권의 행사를 정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안보리 권고’ 조건이 있지만, 남아공 선례에 따라 총회 표결로 곧바로 갈 수 있다. 6차 핵실험 등으로 북한의 유엔 가치 훼손이 더 심화한 만큼, 이 조항을 적용할 때가 됐다. 유엔에서의 북한 퇴출 캠페인은 박근혜 정부 때 시도된 적이 있다. 2017년 2월 북한 공작원들에 의한 김정남 독살을 비판하면서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은 “규범 파괴자에게 규범을 만드는 회의장에 앉아 있을 자격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후 대통령 탄핵으로 북한 퇴출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의 비핵화 사기극에 장단을 맞추며 대북 제재 해제 여론전을 벌였던 흑역사의 유산을 남겼다. 윤석열 정부가 유엔에서 북한의 회원국 자격 정지 및 퇴출을 위한 외교전을 벌여야 한다. 안보리 대북 제재를 비웃으며 푸틴과 무기 거래 중인 김정은은 ‘핵 무력 발전 고도화’를 헌법에 명기했다. 러시아·중국을 뒷배 삼아 제2의 6·25전쟁을 준비하겠다는 심산이다. 우리나라가 2024년부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활동을 시작하니, 앞으로 2년은 북한의 일탈을 저지할 절호의 기회다. 북한에 의한 유엔 무력화(無力化) 저지가 곧 국제 및 한반도 평화의 길이다. 그것은 유엔 덕분에 생존하고 번영해온 유엔의 아들 대한민국이 해야 할 기본 책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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