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사회의 갑질 행위는 언제 멈출 것인가

/ A대학교 이사회의 갑질 /

  • 입력 2023.06.06 14:32
  • 기자명 서울매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일반 사회뿐만 아니라 대학 내에서도 괴롭힘 행위를 예방해 교직원들이 안전하게 근로할 수 있도록 직장 내 괴롭힘 관련규정도 별도로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한 개인의 인권과 권리를 세밀하게 보장하는 이 시대에 대학교의 모든 업무를 통솔하고 모든 교직원들을 지휘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교무통할권, 교직원 지휘·감독권) 총장도 직장내 괴롭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과 탄식을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총장의 임용권을 가진 이사장은 총장의 우위에 있으며, 이러한 이사장의 지위를 이용해 적정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지방의 A사립대학교의 이사장은 총장과 교직원들의 인사권을 남용해 초법적 권한 행사와 위법행위를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괴로워하는 교직원들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어 직장 내 괴롭힘의 이름으로 호소합니다.

1) 사례1: 괘씸죄로 사무처장의 보직 해임

이사장은 이사회에 사무처장의 보직 해임을 안건으로 내놓고 해임을 통과시켰습니다. 보직 해임의 사유는 이사장이 요청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정년퇴임이 1년도 채 남지 않아 보직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사무처장의 보직을 해당 보직과는 무관한 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해서 해임을 강행한 것입니다. 

사무처장의 임면권은 이사장에게 있으나, 총장의 제청과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이사장이 임면할 수 있습니다(「법인 정관 시행세칙」 제10조). 그러나 이 건에 대해 이사회는 총장의 제청 없이 이사장 단독 발의와 이사회 결의로 해임을 결정했습니다. 이러한 법적인 절차를 무시한 이사회의 결의는 사립학교법에 근거한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무효가 될 수 있는 사항입니다.(“「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1항 1호에 규정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법인의 임면은 무효다” 대법원 2005.12.22. 선고 2005다44299 판결 등)

또한 이사장은 본인 명의로 전체 교수, 직원, 조교들에게 메일을 보내 “이사회 결의에 따라 사무처장의 보직이 해임됐음”을 알렸습니다. 교·직원들의 인사발령은 총장의 권한에 속한 것이기에 이런 메일을 보낸 이사장은 권력 남용이요 학교의 조직문화 및 근무기강을 어지럽히는 갑질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2) 사례2: 신규 계약직원 채용을 무조건 불허

이사장은 정규직원 2명의 갑작스러운 퇴사로 신규 채용한 계약 직원 2명에 대해 ‘불허’한다고 결의함으로써 총장으로 해금 해고를 종용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규정에 따르면 일반직원의 임용권은 이사장에 있으나, 계약직원의 임용권은 총장에게 있으며 이사장에게는 보고사항일 뿐입니다.(「학교법인 정관 시행세칙」 제10조, 「계약직원 규정」 5조 및 9조). 본 대학 뿐만 아니라 전국 대부분 대학의 규정에 명시돼 있듯이 계약직원의 임용권은 총장에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이사장은 계약직 직원의 채용조차 본인의 결정 권한이라 여기고 모든 교직원들에게 채용 무효를 알린 바 있습니다. 대학교의 학사 및 행정의 권한은 총장에 있지만(교무통할권) 학교의 상황을 고려한 총장의 결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이사회가 오너(owner) 내지 사용자라는 이유로 총장을 비롯한 모든 교직원들이 이사회의 결정을 무조건 따라야하는 것으로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위법이든 불법이든 상관없다는 투입니다. 이사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 이사회를 무시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형·민사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위협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이사장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는 갑질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본 대학 직원들은 1~3년 내 다수가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고령화돼 있습니다. 대학행정의 원만한 인수인계를 위해서라도 신규 직원의 채용이 불가피하기에, 열악한 예산과 직원 규모를 고려해 계약직원으로 채용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대학 현실과 규정을 무시하고 무조건 이사회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면 학생들을 위한 제반 행정지원업무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이와는 정반대로 질병을 이유로 이사장에게 휴직계를 요청한 직후 4개월 이상 무단결근하고 있는 직원이 있습니다. 총장은 이사회에 징계요청을 했지만, 이사장은 질병 사유를 들어 휴직 승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징계요청의 건을 이유없음으로 다루지 않는다고 결의했습니다. 학교의 규정과 그에 따른 결정을 하고자  하는 인사위원회, 총장의 역할을 모조리 무시하고 이사회와 이사장이 결정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사장은 “해당 직원의 병가 휴직 처리와 미지급된 급여를 규정에 따라 즉시 지불하라”는 공문을 학교에 발송한 바 있습니다. 휴직은 직원인사위원회와 총장의 제청이 있은 후에 이사장이 승인해야 하는 절차가 필수 요건임에도 불구하고 무단결근하는 직원에게 휴직 허락과 미지급된 급여를 지불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후 이사장은 법인 직원을 통해 해당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했는지 경리과 직원을 다그치기도 했습니다. 

휴직 승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단결근한 해당 직원에게는 “휴직 미처리에 의한 미지불 임금”이 아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돼야 하는 것이 일반 상식이지만 본 대학의 이사장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지켜본 여러 직원들은 본 이사장의 행동과 처사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고 있으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사명과 사기를 바닥까지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이사장의 지위와 신분 때문에 교직원들은 이 모든 갑질 행위와 권력 남용을 그저 무기력하게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통탄스러울 뿐입니다. 

3) 사례 3: 학과의 교수 5인 중 4명의 재임용 일시 거부 및 교수·학생의 수업권 등 학사 업무 개입 

이사회는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B학과의 교수 4명을 한꺼번에 재임용을 거부했습니다. 해당학과는 5명의 전임교수가 속해있는데 4명을 모두 재임용에서 탈락시켜 학과운영을 마비시킨 것입니다. 결국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제기한 4명의 교수들은 절차상 하자로 승소했습니다.

그러나 이사회는 “교수 4명의 재임용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심사결과를 논의하면서 이사회는 총장과 교수들이 먼저 이사회에 사과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교수들에게 결격사유가 없었으나 행정적인 단순 오기를 빌미로 재임용을 거부한 이사회(이사회 내 인사위원회)는 4인 교수들에게 소명 기회도 박탈하고 재심의도 하지 않는 등 절차 위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재임용 거부의 정당성을 주장해 왔습니다. 

더욱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문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교수들의 즉각적인 복귀와 수업 진행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등록기간이 지난 후에도 학생들의 등록이 가능한지의 여부, 수강신청 기간이 지난 시점에서 별도의 수강신청을 할 수 있는지 미시적인 질문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교육부에서 학칙에 따르면 된다는 답변이 온 후에도 상당기간 무응답으로 일관했습니다.

이사장은 전체 교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학과의 김○○씨 외 3인은 아직 임명권자의 복직 명령이 내려지지 않아 현재는 우리 대학 소속 교원이 아니다”라고 했고, “김OO씨와 3인은 임명권자인 법인 이사장의 복직 명령이 내려지지 전까지는 우리 대학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덧붙여 “만약 복직 명령 전에 수업을 비롯한 학교의 행정에 접근하는 행위는 위법적 행위인 동시에 이에 동조하는 자는 징계 대상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겁박했습니다. 이사장은 즉각적인 복귀명령은 고사하고 수업 및 행정 접근을 막음으로써 고의로 복귀명령을 지연시키고, 겨우 마지막 법정기한인 4월 20일 이틀 전인 18일 밤 10시에 알림으로써 4인 교수들에게 심리적·정신적 압박을 의도적으로 가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복직명령은 2023.5.18.자에 보내고, 2023.5.20.부터 복직한다고 알리면서 “지정한 일자에 출근하시어 근무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부득이한 사유로 출근하지 못하게 될 경우에는 반드시 사유서를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복직일까지 복직을 하지 않거나 합당한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에는 복직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 복직이 취소되오니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고지하기도 했습니다. 복직일인 2023.5.20.은 해당 학과의 수업이 없는 토요일입니다. 이렇듯 이사회는 해당 교수들을 모욕적이고 비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있습니다. 이사장의 지위를 악용해 교수들의 신분을 쥐락펴락하겠다는 갑질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사회에서 교수들의 복귀에 대해 학생들의 미등록과 수업 개시를 연관지어 논의한 것은 교수들의 신분 보장을 담보로 교원 임용권을 남용하고 수업 금지를 지연시킴으로써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됩니다. 이것은 분명 지나친 학사 업무 전반에 관한 이사의 개입이요 방해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임원 취임의 승인을 취소할 수 있는 중대한 사항에 해당합니다. 

4) 사례4: 이사회의 위협으로 총장의 신변 보호 요청

총장은 취임 직후부터 몇 년간 계속되는 몇몇 이사들의 학정과 강압에 시달리다 못해 급기야 2023년 5월 이사장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공권력에 의한 신변보호 요청을 할 수 있다고 통지했습니다.

“메일이나 의사 전달을 하실 때마다 민형사상의 책임을 운운하고 아울러 교직원들 사이에서 이사장님이 마음에 들지 않는 교직원들을 징계해서 연금조차 받지 못하게 만들거라는 흉측한 민심이 교직원들을 불안하고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직 해임과 4인 교수 복직 명령 지연과 계약직 직원 해고 등 전혀 근거없는 소문은 아닌 듯합니다. 최근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살펴보면 이사회에서 교직원들을 위협하고 징계하고 겁주는 마치 ‘검찰 이사회’인 듯한 행보에 교직원 지휘 감독 의무가 있는 총장으로서 심심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총장을 비롯해 주변의 교직원들 역시 신변의 위협을 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사장의 자리가 이렇게 권력 남용을 할 수도 있는 자리임을 제대로 알게 됩니다. 앞으로 총장에게 일어난 어떤 종류의 사고도 결코 우연일 수 없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또 이사장님께서 다음 5월 12일 이사회의 개최에 대해 총장과 논의없이 일정을 정하고 개최 소식을 문자와 우편으로 알리신 것을 보면 저는 이사장의 횡포가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대외적 신호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사회에서 실시하는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사회에 참석할 때마다 거의 온종일 총장을 압박하고 위협하는 분위기에서 생명의 위협을 감수해야 하는 저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향후 이사회가 개최될 때 필요시 신변 보호를 위한 공권력을 요청할 것입니다”

위의 사례들은 본 대학의 이사회를 중심으로 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 가운데 극히 일부입니다. 한국 대학교육의 80%를 맡고 있는 사립대학, 따라서 이사회는 실제적인 소유주이든 아니든 학교의 운영을 돕고 유지를 위해 존재해야 할 책임과 사명이 자못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권과 예산권이 있는 이사회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전체적인 학교의 미래와 운영에는 관심이 없고, 이사회가 오로지 총장을 비롯해 교직원들의 생존권과 근무 환경을 위협하는 갑질의 주체가 된다면 이 어려운 시기에 본 대학은 낭떠러지로 사정없이 곤두박질치게 될 것입니다. 

이 글에 작성한 모든 내용이 과장 없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익명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본 대학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지역의 뿌리가 되는 이 대학이 이사회의 권력 남용, 갑질의 괴롭힘과 무자비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야 이 대학이 살고 이 지역 사회가 건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고의 지성인을 양성하는 대학에서 최고의 지위에 위치한 이사장이 갑질행위를 통해 대학을 뒤흔드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랍니다.

한일장신대학교 채은하 총장

(기고문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저작권자 © 서울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