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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4개월 만의 코로나 엔데믹, 다음 대유행 대비체계 만들어야

홍성봉의 是是非非

  • 입력 2023.05.29 15:50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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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 2020년 1월20일 이후 1208일(3년4개월) 만에 마침내 국내 코로나19 비상사태가 끝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엊그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선언했다.

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하고 확진자에 대한 7일 격리 의무를 없애는 대신 5일 격리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등 일부를 제외하면 마스크 착용 의무도 권고로 전환된다. 현재 남아 있는 대부분의 방역조치를 해제하는 사실상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선언이다.

그리고 외국에서 입국 후 3일 이내 유전자증폭(PCR) 검사 권고가 사라지고 동네 의원과 약국에서도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 그러나 환자들이 밀집한 병원급 이상 의료 기관과 입소형 취약시설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제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가게 된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데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치 등 국내외 여건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4주간 하루 평균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7명, 치명 율은 0.0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질병 위험도가 크게 떨어졌고, 의료 대응 역량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국가재난사태에도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고 협력한 우리 국민의 저력을 얘기하지 않고선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지난 2020년 1월 20일 이후 3년 4개월간의 코로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수많은 인명 피해를 포함해 우리 사회에 큰 상처와 숙제를 남겼다. 이제 중요한 점은 이런 시련을 통해 학습효과를 갖는 것이다. 코로나 확산 초기, 한국이 환자 접촉자 추적시스템을 갖추고 선제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던 것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의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준비해 놓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공공의료 체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공공의료 인프라 확대와 함께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병상·인력 동원 및 백신 확보에 대한 체계적이고 세부적인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 매뉴얼을 실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지금부터 하나씩 풀어놓아야 또 다른 감염병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감염병 위기 속에서 생계 걱정에 놓이게 되는 사람들을 위해 상병수당 등 복지시스템 점검도 필요하다,

새로운 감염병 대유행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 교란, 지속적인 세계 총인구 증가, 항생제 내성 증가 등으로 인해 감염병 유행의 위험성은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는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임을 인식해 경계를 풀어선 안 된다. 지금도 일주일에 10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최근 한 달간 239명이 사망했다.

5일 격리 권고에 대해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는 직장인 본인뿐만 아니라 사회보건 측면에서 필수적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동참이 중요하며, 정부는 적극적으로 독려할 필요가 있다.

3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우리나라 의료진과 방역 당국 관계자들 전국 곳곳의 집단감염 현장으로 달려갔고, 그리고 묵묵히 제자리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한 국민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코로나19 종식 선언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하루 확진자 수가 여전히 1만 명대이고,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하위 변이 바이러스 또한 활동 중이다. 방역 당국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개인과 민간의 자율 방역은 더욱 중요해졌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더라도 감염 예방 효과가 뛰어난 만큼 자율적 착용 문화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엔데믹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종 감염병이 일찍, 코로나19보다 더 큰 규모로 찾아올 가능성을 경고한다. 국내 환자 첫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 사스, ▴ 신종 플루, ▴ 메르스, ▴ 코로나19까지의 과정을 볼 때 팬데믹 (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동안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허둥대며 뒷북 대응으로 일관한 게 우리 방역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언제 새로운 감염병이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이제 하루 확진자 100만 명에도 대응 가능하고, 유행 200일내에 백신·치료제를 확보할 수 있는 의료 체계 구축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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