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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불행하면 청장년 역시 희망을 가질 수 없다

  • 입력 2023.04.06 15:01
  • 기자명 안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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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국제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발전의 노력이 60년 만에 성과를 거둔 것이다.

물론 경제발전 과정에서 많은 성장통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 염원과 열정적 노력에 기반해 마침내 2021년에는 UN 산하 기구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인정한 선진국에 진입했다. 한국의 선진국 진입은 국가 위상의 증대는 물론 국민적 자긍심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경제발전의 또 다른 성과는 국민 삶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절대적 빈곤의 위험을 벗어난 점이다. 1960~1970년대 초반 보릿고개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먹고살기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현재 한국은 절대빈곤의 모습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외형상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도 있다. 부끄럽게도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빈곤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 통계청 기준 노인빈곤율이 38.9%로 노인빈곤 측정 이후 처음으로 40% 이하로 떨어진 일이 정부 성과로 발표될 정도로 높은 노인빈곤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선진국 진입 시점에서 부끄러운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노인빈곤 문제의 심각성을 다룰 때 주요하게 살펴봐야 할 점은 여성 노인과 1인 노인, 즉 혼자 사는 노인의 빈곤 문제이다. 노인빈곤 현상을 남성 노인과 여성 노인으로 구분해서 보면, 여성 노인의 빈곤율이 남성 노인의 빈곤율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2018년과 2019년 가처분소득 기준(중위 50% 미만)으로 여성 노인빈곤율이 47.2%와 48.6%이었다면, 남성 노인은 동 기간 35.4%와 34.5%로 여성 노인보다 10% 이상 낮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21년 빈곤 통계 연보』를 보면 소득, 지출 두 부문 모두 여성 노인의 빈곤 현상이 더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얼마나 오랜 기간 빈곤을 경험하고 있는지에서도 여성 노인의 빈곤 심각성은 드러난다. 소득을 기초로 할 때, 여성노인 중 2012~2018년 사이 최소 4년 이상 빈곤을 경험한 비율이 47.4%로 나타나 여성 노인 두 명 중 한 명은 빈곤을 주기적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이는 남성 노인보다 14.8%가 높은 것이다. 여성 노인빈곤율이 더 높은 이유는 현세대 노인은 가부장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남성이 주로 일을 하고 여성은 전업주부로 경제활동 참여상태가 미진하면서 여성 노인의 노후 준비가 미흡한 점 등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등록센서스 방식)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 중 혼자 사는 노인 비중이 전체 노인 인구 중 21.2%에 이르고 있으며, 연령이 높을수록 증가해 85세 이상에서는 25.1%로 높아지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 열 명 중 7~8명이 빈곤선 이하에 있을 정도로 심각한 빈곤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통해 점차 혼자 사는 노인의 빈곤율도 감소하고 있지만, 문제는 생계 문제와 더불어 발생하는 정서적, 정신적 취약성을 들 수 있다. 아래 한 논문의 분석에서 보듯이 시간이 지나며, 우울감이 줄어들고 있지만, 남성에 비해 여성 노인이 모든 측면에서 열악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우울감을 가지는 비율에서 남성 노인보다 여성 노인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혼자 생활할수록 타인과의 관계가 줄어들면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제안하고 싶은 점은 노인이 계속해서 노동시장에 남아 있을 수 있도록 하는 참여형 일자리의 개발이다.

첫째, 건강하고 일을 할 수 있는 노인이 계속해서 시장형 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년과 관련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청장년층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일을 할 수 있는 노인이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년 폐지 혹은 정년 연장과 같은 정책은 사회적으로 논쟁이 많이 유발되고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므로 우선 노인이 일하던 사업장에서 계속 고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임금을 연봉제에서 직무급과 생활임금 등을 반영한 형태로 개편해 능력과 직무에 맞는 일자리에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둘째, 참여형 일자리 개발이다. 이는 자원봉사 형태의 일자리로 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내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여기서 일정한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드는 방안이다. 자원봉사의 경우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어 임금, 급여 등이 지급되지 않지만, 참여형 일자리는 노인이 가지고 있는 개별 능력을 지역사회에 제공하고 여기로부터 일정한 임금 혹은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최근 많이 논의되고 있는 지역사회 안전 및 교육 사업, 지역 사업, 소상공인․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 지역사회 돌봄서비스 제공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사업개발을 통해 노인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으며, 베이비부머 세대가 점차 고령 세대로 진입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오랜 기간 한국의 발전에 기여해 온 세대로 개별 능력과 사회 기여 측면에서 노인이 돼서도 충분히 사회에 기여할 것이 많은 세대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 세대는 기존 세대와 다르게욜드(YOLD, Young Old.건강하고 젊게 사는 1946~1964년생을 뜻함)세대라 지칭할 정도로 사회에 대한 관심도 높은 세대이다. 기존 노인 세대와 더불어 베이비부머 세대를 대상으로 한 적극적 일자리 발굴과 참여형 일자리 지원을 통해 현재의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한국은 이제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 반열에 진입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노인 빈곤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함께 가지고 있다. 노인의 삶이 행복하고 즐거울 때, 청장년 역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노인이 불행하면 청장년 역시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전 세대의 행복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인빈곤 해소를 위한 정책 적극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안찬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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