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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잡은 CPTED에도 먹이를 주자

인천 미추홀경찰서 생활안전과 경사 이해원

  • 입력 2022.10.24 15:46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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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접해본 관용구 중에 ‘잡은 물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다양한 상황에 인용할 수 있는 문장이지만, 대개의 경우 그 뉘앙스는 부정적이다. 먹이를 받지 못한 물고기는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각지의 어두운 골목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CPTED(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현장 또한, 이미 잡은 최초사업 이후에는 추가로 먹이를 리필받기 힘든 점은 마찬가지다.

정성스럽게 떡밥을 빚고 낚싯대를 정비하는 조사(釣士)처럼, CPTED사업 또한 그 준비와 추진 과정에 있어 들어가는 노력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먼저, 경찰서 CPO(범죄예방진단팀)가 직접 현장을 분석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해 범죄취약지 발굴 및 개선 대상지를 선정, 이를 토대로 지자체를 위시한 유관기관과 연계해 사업에 투입할 예산‧인력 등의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후, 수 차례의 합동점검, 간담회 및 주민워크샵 등 내‧외부를 망라한 조율과정을 거쳐 사업 계획을 수립하면서 환경 개선이 이뤄지며, 효과성 분석 및 피드백 등 사후과정까지 이뤄지면 그때서야 비로소 하나의 CPTED사업이 마무리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CPTED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상기한 일련의 동력들은 추진 당시의 기간에 집중, 최초 사업기간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2016년, 경찰청에서 CPO를 창설하면서 전국 각지에는 CPTED사업의 붐이 일었다. 낡은 담장에는 벽화를 그렸고, 어두운 골목길에는 쏠라표지병을 설치하는 등 노후화‧슬럼화돼 주민불안을 야기하는 요소로 전락한 구도심에 시행한 각종 환경개선사업들은 초기부터 지금까지도 대부분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봄과 여름이 지나면 가을과 겨울이 오듯, 수년 전에 진행했던 CPTED 사업대상지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후화‧흉물화돼 또다른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발생하고 있다.

바래진 벽화, 갈라진 벽면, 그리고 태양광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표지병 등 조명시설들의 부점등, 이 외에도 다양하게 설치한 방범시설의 파손과 멸실, 기능고장 등 수년 이상 경과된 CPTED사업지 대다수가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있다. 정도가 심한 곳은, 때때로‘안심귀갓길이 안보인다’, ‘헛돈을 썼다’등 언론제보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가장 주효한 원인은 예산부족이다. 각 지자체 및 경찰청 등 유관기관에서 편성하는 대부분의 CPTED 관련 예산은 그 포커스가‘신규 사업’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원 내에서 사업 추진에 대한 효과성을 증명해야 지속적인 예산확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임의대로 손바닥 뒤집듯 바꾸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제는 CPTED의 기조도 점차 변모하고 있다. 물리적 환경개선중심의 하드웨어적 접근을 중시했던 1세대 초기 CPTED와는 달리, 최근 3세대 CPTED에서는 지속가능성과 유지관리 개념을 새롭게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해온 만큼, 이제는 유지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물고기, 새로운 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이미 잡은 물고기에도 먹이를 줘보는 것이 어떨까· 이미 조성했던 안전한 골목, 밝은 거리가 더욱 건강해질 수 있게 말이다.

/인천 미추홀경찰서 생활안전과 경사 이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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