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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인 삶으로 ‘모멘토 모리’를 준비하자

  • 입력 2022.08.28 15:46
  • 기자명 양창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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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명백한 죽음.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인간. 그래서 죽음은 모든 사람을 두렵게 한다. 죽는다는 것은 모든 생물의 자연법칙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연스러움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다하면 “빨리 죽어야지”하는 말을 자주 되뇌이지만 정말 빨리 죽고 싶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나이가 많아지면 여기저기 몸에 이상이 생기고 이를 극복하려고 온갖 보약을 다 먹어본다. 그런다고 신통한 효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김형석 교수 같은 어른은 백세를 넘기고도 글 쓰고 강연 다니는데도 전혀 지장이 없으니 많은 이들이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모범을 보였다. 이제는 ‘백세인생’노래가 전혀 생소한 말이 아님을 건강한 노인들이 증명한다. 역사 속 진시황도 죽지 않는 묘약을 구하느라고 동남동녀(童男童女) 천명을 제주도까지 파견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미물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엄청난 규모의 병마용(兵馬踊)으로 무덤 둘레를 사방으로 뒤덮고 아무도 파헤칠 수 없는 대규모 무덤을 조성한 것은 이미 죽지 않을 수 없음을 간파하고 생전에 그 공사를 마무리 했던 것이다. 그 산물은 천년의 세월을 넘어도 유적으로 그는 영원히 살아남았다.

지금도 우리는 매일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마주친다. 웰빙에 이어 이제는 어떻게 죽음을 잘 마무리하느냐 하는 웰다잉을 연구하고 준비하는 이들이 많다. 품위와 존경을 잃지 않는 죽음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 노인에게 오는 치매와 알츠하이머, 파킨슨 같은 병들이 즐비하게 지켜 서있는 노경에 접어들면 젊었을 때의 패기는 사라지고 현대판 고려장의 별명을 가진 요양원에서 마지막 생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나름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없는 병석에서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도 못한다. 그러기 때문에 좀 더 정신과 신체가 건전할 때 사회적 나눔을 실천하기도 하면서 인생의 보람을 느끼는 것이 참다운 웰다잉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겨주고 있는 죽음이 하나둘이 아니지만 요즘 우리나라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 때문에 미증유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는 팬데믹으로 번져 전 세계를 마비시키는 대재앙으로 변했다. 중국 우한에서 발원한 것이 오히려 미국에서 가장 크게 번지는 통에 수백만 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10만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심지어 미국 트럼프대통령을 비롯해 영국 총리, 브라질 대통령까지 감염돼 전 세계를 공포 속에 몰아넣었다.

우리나라는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모범 방역국으로 자찬하는 편이지만 최근 감염증가 추세는 우려할만하다. 감염병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명백한 죽음.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간. 생은 항상 미숙하고 부족하기만 하다. 신은 그 안에 채워진 가치를 보라 말한다. 이에 삶과 죽음에서 새겨야 할 ‘모멘토 모리’(Momento Mori)를 떠올린다. 라틴어인 이 문구는 죽음의 필연성을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표현이다. “당신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으로 자연의 법도를 따르라는 삶의 철학이다. 빈부와 권력에 관계없이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 오만불손하면 다가올 죽음도 잊고 살 수 있다. 교만은 신도 가장 경멸하는 사악함이다. 순리에 순응하며 이타적인 삶으로 죽어서 부끄럽지 않은 거듭나는 삶을 가꾸어야 한다. 모두가 겪게 될 죽음으로 다가올 하나의 의례를 축제로 승화하자.

/양창묵 경제산업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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