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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기초의회 이대로 가야 하나?

영남취재본부 대기자 이종훈

  • 입력 2022.05.22 10:58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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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시행 31년을 맞은 올해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경북지역은 정당 공천 경선 때는 뜨겁게 달아올랐던 선거 열기가 정작 본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는 주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냉랭한 분위기다.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보수 텃밭 지역 특성 때문이라는 평이다. 특히 주민을 대표하는 기초단체장에 비해 주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기초의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관심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번 경북지역 기초의원 후보자 등록현황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원 251명에 491명이 등록해 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4년 전 제7회 지방선거 때의 549 명 등록보다 58명이 줄었다. 기초비례도 정수 37명에 51명이 등록, 1.4대 1의 경쟁률이다. 7회 때 81명보다 30명이나 감소했다.

무투표 당선도 기초의원 4명, 기초비례 14명 등 모두 18명이다. 이러면 지방선거의 경쟁률은 떨어지고 무투표 당선사례는 급증하면서 후보자의 공약 검증, 자질 검증의 기회도 없이 앞으로 4년간 지역 살림을 책임질 기초의원을 뽑게 된다.

기초의회는 풀뿌리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기초의회의 존재는 민주정치 질서의 존립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실로 눈을 돌리면 경북도민이 선출한 23개 시군의 기초의원들은 자신들을 뽑은 시·군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해 왔느냐는 물음과 마주친다. 대다수 유권자는 아니라고 단호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경북 기초의원을 보는 눈은 차갑다 못해 얼음장이다. 과연 그 많은 돈을 주면서까지 이들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라는 견해가 강하다.

기초의회는 자치행정에 주민들을 대신 참여해 그들의 주장과 이익을 반영시키고 지방재정을 튼튼하게 만들어 복지사회를 만드는 것이 본연의 길이다. 그러나 우리 기초의회는 다른 길로 질주하고 있는 느낌이다.

경북 기초의회가 주민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은 부인 못 할 현실이다. 그 중심에는 일부 수준 미달의 기초의원들이 있다. 기초의원들의 자질 문제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기초의회는 기초의원들의 크고 작은 비리와 주민들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몰상식한 언행들로 얼룩졌다.

최근 경북에서 일어났던 한 기초의회 의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보자. 골재채취업자로부터 1억여 원의 뇌물을 받은 울진군의회 이모 전 의장이 지난해 9월 대구지검 영덕지청 1심 재판에서 징역 7년에 벌금 1억8300만 원, 추징금 9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의장은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골재업자 A씨로부터 6차례에 걸쳐 약 1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2021년 3월 구속됐다. 이 전 의장의 비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제7대 전반기 의장이던 2015년 7월에는 울산 울주군 언양읍 모 식당 화단에 있던 1m 크기의 소나무 한 그루를 훔친 혐의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아 의장직과 의원직을 상실한 전례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보는 지역민들의 심정은 참담할 지경이다. 기초의회가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는 첫 번째 이유다. 경북 기초의회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급속도로 진화한 인터넷 환경이 기초의회의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 사회는 또 다른 개념의 시대를 맞고 있다. SNS에 의해 공간과의 파괴가 이뤄지면서 어디에 있던 우리는 실시간으로 서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뉴스가 뜨면 실시간으로 한꺼번에 수만 명이 댓글을 달 정도로 물리적 공간은 의미가 없는 시대다.

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지자체의 지각변동 역시 경북 기초의회의 새로운 길 모색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여론은 폐지 쪽으로 가까이 가 있다는 생각이다. 기초의회 폐지론이 선거 연도마다 4년 주기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기초의회 폐지가 현실 여건상 성급하고 다소 감정적인 결론이라면 발전적인 해체 후 구조·기능적으로 효율적인 재건축은 필요하다. 경북 기초의회의 길 찾기에 실패하면 지방자치 역시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지방자치의 안정적 도약을 위해 기초의회 개혁의 공론화 작업에 나서야 할 때다.

/영남취재본부 대기자 이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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