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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안보도 지도력도 믿을수 없다

  • 입력 2010.12.31 06:46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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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과 판단이 좋은 지도자는 위기 때 빛난다고 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지도자는 시민들 사이에 불안과 불신을 받게 마련이다. 지난 3월 천안함 북침과 지난달 북한의 연평도 도발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왠지 지도력을 둘러싼 논란이 일기 시작 했다. 전쟁 직전의 안보위기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제대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국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정치 지도자이자 국군 통수권자로서 냉정하고도 정확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시민들과 공감대를 넓히며 대처해 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만 지도력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고, 불안과 공포와 분노. 그리고 복수심과 평화에 대한 갈망으로 뒤섞인 복잡한 남북 관계에 있는 국민들의 감정과 관심사를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 대통령이 그런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에도 연평도에 180여발의 폭탄을 맞으며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가 이를 “단호히 대응하라,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정정하면서 허우적거리며 결단을 뒤로 했다.
갈팡질팡하는 청와대의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시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했지,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스스로 말을 바꾸면서 “추가 도발 때는 몇 배의 화력으로 응징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말처럼 천안함 사태 때와 똑 같은 입씨름으로 약한 지휘체제를 자청한 것이다. 이렇게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바뀌는 바람에 “대통령이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국회에서 답변했던 김태영 국방장관도 나중에 그런 것이 아니었다면서 오락가락 하면서 말로만 구수하게 넘어 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통령과 국방장관, 청와대를 상대로 누구 말이 맞는지 국정조사라도 해야 할 판인데 우리 국회는 딴청만 부리고 있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제는 대통령이 어떻게 말했다는 것인지 청와대가 아무리 해명해도 믿기 힘들게 되었다. 이런 상태에서 국민들이 대통령이 이끄는 방향에 대해 굳게 신뢰하고 잘 따라갈지 걱정이 되고 있다. 위기 시에 지도자는 상대에 대해서 뿐 아니라 시민들에 대해서도 일관된 신호를 보내고,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있음을 보여줄 수 있어야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의 믿음이 없어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으며 논란에 휩싸이고, 결국 지도력에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단호한 대응은 당연한 것이다. 단호한 대응을 하되 전면전 촉발 가능성을 차단하는 강한 모습으로 조치했어야 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대응방향을 수정하는 듯 한태도와 자신감 없는 눈치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 모습은 결코 위기를 맞은 지도자의 올바른 처신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지난 천안함 침몰 사건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좌초라고 했다가, 조사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시점에 북한 소행을 암시하고는 조사 발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기도 하며 우왕좌왕 하면서 이번에 또 당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 유야무야 하고 있으니 아직도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는 것이다.
이 모든 사건을 감안하면 위기관리의 지도력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의 안보위기를 맞으며 두 번의 지도력 위기를 맞았다. 이제 어떻게 우리국민들이 지도자와 정부를 신뢰하고 따를 수 있겠는가 걱정스럽기만 할 뿐더러 최근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한심하기만 하다는 여론을 끝일 줄 모른다.

홍성봉 /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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