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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렇게 전쟁처럼 살아야 되나

  • 입력 2010.12.30 01:06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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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왜 하루하루가 전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한다.
먼저 금년 한해에 북한의 군사정전법 위반 사례를 살펴본다. 지난 1월27~29일 사이 북한은 백령도와 대청도 앞바다에 해안포와 자주포 등을 무려 400여발 발사했다. 당시 군은 북한 포격의 탄착점이 북방한계선(NLL) 북쪽에 이뤄졌다는 이유로 군사적 대응은 하지 않은 채 “앞으로 해안포가 NLL을 침범하면 즉각 대응 사격하겠다”고 경고만 했다.
그리고 북한 포격에 대비, 백령도와 연평도에 대(對)포병탐지레이더(AN/TPQ) 등을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개월 뒤인 3월26일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하자 이명박 대통령도 뒤늦은 5월24일 대(對)국민담화를 통해 “북한이 우리의 영해와 영공, 영토를 무력으로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3개월여 전인 지난 8월9일 북한은 우리 군의 서해 대잠훈련을 명분으로 삼아 다시 백령도 해상에 10여발, 연평도 해상에 120발의 해안포를 발사했고 이중 10여발이 NLL을 넘어온 것으로 밝혀졌지만 군은 대응사격을 하지 않고 우물쭈물 넘어갔다. 특히 군은 사건 당일 북한 해안포 일부가 NLL을 넘어왔다는 사실을 부인했다가 다음날 번복, 진상을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더욱 한심한 일은 군이 북한의 포격에 대비해 설치했다고 자랑한 대(對)포병 탐지레이더는 전원장치 고장으로 무용지물이었다고 했다.
반면 북한은 해안포를 발사한 뒤 연평도 북방 20여㎞ 상공에 무인기를 띄워 우리 쪽 대응 상황을 정찰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미온적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월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하여 강한 어조로 “앞으로 적이 NLL 이남 해상으로 포를 쏘면 비례성 원칙에 따라 적이 도발한 거리만큼 2~3배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2차례 해안포 사격을 통해 충분한 실전훈련을 거치고 무인기 정찰을 통해 한국 정부와 군의 대응 방식을 간파한 북한에 이런 경고는 먹혀들지 않았음이 증명된 계기가 되고 말았다. 해안포 포격거리를 조금씩 늘려온 북한은 11월23일 우리 군의 해상훈련 등을 명분 삼아 마침내 연평도를 직접 타격한 것이다.
북의 도발 직후 ‘확전을 피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이 대통령은 6시간여가 흐른 뒤 “다시는 도발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막대한 응징을 해야 한다”고 수위를 높였지만 공허하게 들렸다. 최근 국회의원들이 하는 보온통 폭탄사건 현 정권을 죽여야 된다는 등 막말들은 국회의원들의 자격을 갖추었는지 의심스러운 정치꾼들의 말이다.
지난 3월 천안한 사태와 연평도 폭격 이후 국회의 모습과 야당의 행동 모두가 순간순간이 더욱 전쟁터인 양 보여진다. 아침 출근길 항시 바쁘게 허우적대며 뛰쳐나간다. 밥 한 숟갈 제대로 먹었는지도 모르게 밖에 나가면 벌써 자동차 행렬이 끝이 없다. 지하철역에 늘어선 사람들도 문 열리기가 무섭게 우르르 올라탄다. 모두 전쟁에 쫓기는 사람들 같기만 하다. 전쟁 같은 삶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트라 우마(trauma)라고 할까?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가난과 멸시 그리고 학대와 애착 부족 등으로 이런저런 정신적 상처를 받는다. 이 상처들은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이에 굴복해 실패한 이들은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반면 상처를 이겨낸 성취욕구가 과잉으로 나타날 때도 문제가 생긴다. 이 나라 국민은 지난 짧은 역사 속에서 기막힌 상처들을 받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집단적 트라우마가 되었다. 지금 그것들이 지나치게 과격하고 충동적인 양상으로 표출되고 있어 전쟁터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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