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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봉 성탄트리 켜야 되나

  • 입력 2010.12.24 10:53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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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말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군기가 빠진 최근 신문과 방송은 최근 7년 만에 21일 저녁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에 위치한 최전방 애기봉에 등탑의 성탄 트리가 세워져 불을 밝혔다고 국민들에게 알렸다. 지난 2004년 6월 제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 지역의 선전활동을 중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중단된 이후 7년 만에 다시 점등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합의는 지구촌 어디서나 밝히는 성탄 트리를 군사적 선전활동으로 인식했다는 점에서 애당초 문제가 있던 것이었다.
애기봉 봉우리에 성탄 트리 점등의 의미는 성탄 소식을 만방에 전하며 사랑과 희생, 섬김과 나눔의 그리스도 정신을 남과 북이 함께 되새기기 위한 것은 틀림이 없으나 우리는 7년 전에 남북과 합의하여 대북방송과 애기봉의 등탑 등을 하지 않기로 합의 했던 것이 다시 시작 된 것이다.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북 심리전의 상징물이기 때문”이란 것이 군의 설명이다. 특히 전력난이 심한 북한에서는 밤에 불을 켠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서부전선 최전방의 애기봉 등탑은 단순한 성탄절용 등탑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려한 불빛은 북한의 군인과 주민들에게 남한의 발전상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6월 열린 제2차 남북 장성급군사회담에서 MDL 지역 내 선전활동 중지와 선전수단 철거에 대한 합의로 이뤄졌다. 군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애기 봉 등탑도 심리전의 상징이기 때문에 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애기봉 등탑이 재 점등되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빚어지기도 했다.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성탄 트리 점등의 역사와 의미를 간과하고 일방적 주장을 수용하는 데서 오는 오해라고 봐야 할 것일까? 우리 군은 연평도 폭격을 당한 후 이 트리로 보복을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있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바다로 흘러가는 곳에 솟아 있는 높이 155m의 애기 봉 정상은 북한의 개풍군과 송악산까지 바라볼 수 있어 관광객과 실향민들이 많이 찾는 서부전선의 아름다운 관광과 전망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지난 6·25전쟁 직후 북녘 동포들과 성탄의 기쁨을 함께하기 위해 교계에서 소나무 트리를 세운 것이 이곳 크리스마스트리의 연원으로 내려왔다. 그 후 1968년 30m 높이의 철탑 전망대가 들어서 개신교와 천주교가 격년으로 불을 밝혀 왔다.
따라서 애기봉 등탑 점등은 한국전 이후 성탄절을 맞는 한국 기독교계가 새롭게 향유(享有)한 문화이자 북한과 더불어 나눔과 화해의 메시지를 공유하고자 하는 의지의 상징물로 세워져 왔던 것이다. 이것이 누군가를 자극한다는 것은 ‘나눔과 화해’의 정신을 ‘박탈과 갈등’으로 뒤바꾸려는 전도(顚倒)된 의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같이 순수한 점 등에 대해 북한은 20일 노동신문을 통해 “대형 전광판에 의한 심리모략전이 새로운 무장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망동”이라며 “북남 사이에 첨예한 긴장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속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도발 소동도 무력충돌과 전면전쟁의 발화점으로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인민군 전선 중부 지구사령관은 천안함 폭침 이후인 지난 5월 “(남한이) 심리전 수단을 새로 설치하면 그것을 없애버리기 위한 직접 조준 격파사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누누이 위협한 바 있다.
최근에는 부쩍 경계병을 증가시키며 긴장을 고조시켜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이 점등을 꼭 부활해야 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는지 걱정스럽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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