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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옛부터 동지팥죽을 먹는 민족

  • 입력 2010.12.23 01:28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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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그랬듯이 거리에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럴과 색색 깔의 전구로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가 연말연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어제는 우리나라의 옛조상들이 일년 중 밤이 제일 긴 ‘팥죽을 쑤어먹는 동짓날’이었다.
최근에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동지가 무엇인지 별 관심과 의미가 없고 오직 크리스마스 캐럴음악에만 도취되고 있는 것 같다. 옛날에는 동지를 작은설이라 하여 큰 의미를 가지고 동지 팥죽을 먹으며 잔치를 벌여 왔다. 지금도 각 사찰에서는 팥죽으로 동지를 보내며 새해를 맞는다. 그 이유는 밤이 가장 긴 날은 바로 낮이 서서히 길어짐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것은 ‘태양의 부활’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주역에서도 동지를 기점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것으로 보아 당나라 때까지만 해도 11월인 동짓달을 새해의 출발로 보아 왔다고 기술돼 있다.
옛날에는 서양에서도 동지를 해가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특별하게 생각해 하늘과 태양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잔치를 벌였다는 전설도 있다. 고대 문명이 더 발달했던 페르시아 등의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의 영향을 받은 로마력(曆)에서 12월 25일을 동지로 삼아 축제를 벌였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동지팥죽을 쑤어 먹는 풍속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남아있다. 철도 없이 자라던 어린 초등학교 어린 시절에는 평소 먹을 기회가 없는 팥죽을 먹는다는 사실 자체가 마냥 즐겁기도 했다.
어렸을 때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정성껏 끓인 팥죽을 쑤어서 들고 마당으로 나가셔서 집을 한 바퀴 돌며 담벼락과 벽에다 “후세~ 후세~”하시며 팥죽을 뿌리시는 걸 보고 ‘먹는 걸 아깝게 왜 버리시나?’하고 생각했던 시절이 새삼 떠오르곤 한다. 그 나이엔 팥은 붉은 색으로 양기가 많아 귀신과 액운인 음사(陰邪)를 쫓는 힘이 있다는 벽사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징적인 의미 외에 동의보감에는 팥은 단백질과 지방 그리고 당질과 회분. 섬유질 등과 비타민 B1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어 각기병의 치료약으로 널리 알려져 오고 있다.
특히 체내에서 비타민 B1은 신경과 관련이 깊어 이것이 부족하면 식욕부진·피로감·수면장애·기억력 감퇴와 신경쇠약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팥죽을 많이 먹었다고 한다. 팥죽의 새알(찹쌀로 만든 동그란 떡)을 만드는 찹쌀은 성질이 따뜻해 위를 데워주고 소화를 도우며 설사를 멎게 하는 등 추위에 몸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먹으면 겨울철 내내 부족하기 쉬운 영양분을 보충하고 추위에 견디게 함은 물론이고 동지섣달 긴긴밤에 숙면을 취해 여러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보살펴 준다고 한다. 겨울철엔 대개 신장과 방광을 비롯한 인체의 수기(水氣), 즉 비뇨생식기의 관리를 잘 해야 이듬해 봄을 건강하게 맞을 수 있다. 또 겨울에는 모든 여성들이 찬바람에 거칠어지는 피부가 고민거리인데 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팥이라는 것도 전해오고 있다.
또 열독을 다스리고 피부와 신장병과 당뇨병, 해열 등에도 효과가 있다니 동지팥죽을 먹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는 참으로 놀랍다. 공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팥죽을 먹으면 더욱 머리가 맑아진다고 전해 오고 있다.
연말연시 잦은 모임으로 음주의 기회가 많을 텐데 추위와 음주에서 건강을 지키며 남은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해를 설계해야 할 때가 동지 날 부터인 것이다. 그러나 시대와 문화가 바뀌면서 옛 풍습이 사라져가는 아쉬움이 있다.

홍성봉 /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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