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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만에 나온 ‘긴급조치 1호’ 위헌판결

  • 입력 2010.12.21 23:15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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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아리송한 판결들이 터져 나오고 있어 국민들의 관심이 크다는 여론이다. 지난 6월2일 지방선거에서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자가 재판중이어서 지방자치법에 의해 업무가 정지됐으나 법원은 업무를 복귀시키고, 최근 친자확인 소송에서 북한 사람의 손을 들어줘 수십 억 원의 재산 상속에 대한 재판이 예정되고 있으며 엊그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1974년 선포된 대통령 긴급조치 1호에 대해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당시 유신헌법과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유언비어를 날조한 혐의(긴급조치 및 반공법 위반)로 3년 동안 옥살이한 오종상씨의 재심사건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고 한다. 긴급조치 1호가 합헌이라는 전제 아래 내려진 기존의 대법원 판례들도 모두 폐기했다고 한다.
이러한 판결이 나오는 데 무려 35년이 걸렸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는 것이며 35년 전의 대통령의 긴급조치 1호 기간에 정부정책을 비난하는 유언비어 죄가 무죄로 됐다면 거꾸로 되돌아가는 심판인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우선 유신헌법 자체가 위헌이라는 점을 확인해 사후적으로나마 헌정질서를 바로잡았다는 데 의미가 있겠지만 이미 수 십 년 전에 지금의 대법관들의 위치는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여론이다. 대법원은 긴급조치의 근거가 된 유신헌법 53조(대통령은 천재지변이나 재정·경제상 위기,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위협받는 상황 등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하는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가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이로써 유신정권은 정치적·역사적으로뿐만 아니라 사법적으로도 독재정권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고 하는 것은 당시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체제로 사회의 혼란을 바로 잡기위한 법이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권이 바뀌면 우리나라의 법도 바뀌어 간다는 여론도 일고 있는 것이다.
당시 법원은 헌법의 기본적 가치와 절차를 무시한 기소에 의해 법정에 세워진 국민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림으로써 사법적 정의를 세우지 못했다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대법원이 이 판결로 일부나마 국민의 요구에 부응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기나 형식적인 면에서 충분치 않다는 지적인 것이다. 유신헌법을 대체한 5공 헌법의 비슷한 규정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적법성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번 판결로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지만 오 씨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어서 미완의 판결이 되고 있다. 같은 사안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받아들여 피해자 전체가 구제되는 길이 된다면 현 정부는 보상 문제로 고통을 치를 것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위헌적 행위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심판받게 돼 있다는 점을 새삼 일깨우고 있지만 지금 이 시대에도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에 의한 기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불법사찰이 횡행하는 등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구시대적 작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인지 걱정된다.
법원의 판단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법원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위헌 행위에 대해 눈감아 주는 일이 다시 있다면 수 십 년 후에도 또 이런 판결이 나올까 걱정스럽다는 지적인 것이다.

홍성봉 /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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