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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가장 늦은 예산안 처리, 국회는 변화가 없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 입력 2018.12.10 15:30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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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을 넘긴 새해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470조원의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12월2일)을 넘긴 지 6일 만이다. 정부안보다 1조원 삭감되기는 했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았다. 아동수당은 내년 1월부터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만 5세 이하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이 지급된다고 한다.
바른미래당 등 야 3당은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 개혁을 연계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2018년도 국회는 2014년 개정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이래 법정 시한을 넘겨 예산안을 가장 늦게 처리했다는 오명을 얻게 됐다. 국회는 2014년부터 예산안 처리 시한을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로 정하고 이를 넘기면 정부 원안을 자동 부의하는 국회선진화법을 시행했다. 새 회계연도는 1월 1일에 개시된다. 첫해인 2014년에만 시한을 지켰을 뿐 늑장 처리를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법정 시한보다 나흘이나 늦은 12월 6일 0시 37분에 예산안을 처리했다.
당초 정부 예산안에서 대폭 삭감됐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다시 확대 조정됐다.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극심하게 대치하다 막판에 졸속으로 협상을 타결하는 해묵은 관행은 올해도 되풀이한 것이다. 여야는 비공식회의를 통해 ‘깜깜이심사’를 진행했고, 너도나도 지역예산을 끼워 넣은 쪽지예산이 또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볼썽사나운 제 몫 챙기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던 셈이다. 쟁점법안 처리를 미루다 회기 종료 직전에 200여건의 법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법안 밀어내기의 구태도 여전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는 예산소위 구성부터 지난 2015년 이후 가장 늦었고, 4조원 규모의 세입 결손분을 둘러싼 정치 공방 등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심의 시간을 낭비했다. 여야는 한술 더 떠 시간에 쫓긴다는 핑계를 들어 소소위 가동에 들어가는 등 소소위는 법적 근거는 없지만, 상임위 소위 중에서도 극소수의 핵심 실력자들만 참여하는 소위를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예산안 심사는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여야 3당의 예결위 간사와 정책위의장 등으로 구성된 비공식 회의체에서 진행했다. 공식 기구가 아니므로 회의 내용조차 속기록으로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회의는 여.야가 밀실의 주고받기로 잇속을 챙겼을 개연성이 많아 보인다는 여론이다. 민원성 ‘쪽지예산’을 주고받기에도 더 쉬운 구조인 것이다. 헌법에 예산안 처리 시한을 규정한 것은 그만큼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이다. 시한을 넘긴 예산안 처리가 위험한 것은 필연적으로 졸속·밀실심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헌법과 국회법을 나 몰라라 하는 국회의 이 같은 모습은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인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잠정 합의는 예산안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과의 연계 처리를 주장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앞으로 국회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치권의 오랜 숙원이자 시대적 과제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여야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야 3당이 법정 시한을 넘긴 예산안과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도 많다.
이제 양당이 눈앞의 급한 불인 예산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선거제 개혁은 또다시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일이 이렇게 된 데는 누구보다 여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현행 선거제도가 표심과 의석수가 불일치함으로써 민의가 왜곡되는 불완전한 제도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선거제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시민과 약속했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다수당에 불리할 것이란 셈법에 빠져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선거제도를 혁신해 유권자 의사가 정확하게 의석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은 시민의 여망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양당은 하루빨리 선거제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고 야 3당과 선거제 개혁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국회는 2월 임시국회를 열어 지지부진한 선거제 개혁에 전력을 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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