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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영웅시한 더불어민주당의 위험한 온정주의
홍성봉의 是是非非)
2017년 08월 25일 (금) 홍성봉 shilbo@naver.com

불법 정치자금법 위반(9억 원 수수)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수감됐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엊그제 만기 출소했다. 그런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전 총리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그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를 ‘사법 적폐’로 규정했다.
아울러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탄압을 기획하고 검찰권을 남용하며 정권에 부화뇌동한 관련자들은 청산돼야 할 적폐세력”이라며 “사법정의가 바로 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집권여당의 대표와 대변인이 한 전 총리의 복역을 ‘억울한 옥살이’라고 주장하는 선을 넘어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을 청산해야 할 적폐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사건은 그가 건설업자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나와 유죄가 확정된 사안이다. 사법개혁이 필요한 이유로 여당이 한 전 총리 재판 결과를 거론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한 전 총리가 민주화운동을 하다 투옥된 것도 아닌데 출소 현장에 여당 지도부가 우르르 몰려가 영웅 맞이하는 듯 한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 전 총리의 대법원 판결에 참여했던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은 엊그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근거 없는 비난은 사법부의 신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 전 총리의 유죄 확정판결은 대법관 13명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에서 결정됐다. 한 전 총리는 전혀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한 전 총리 동생의 전세자금에서 어떻게 건설업자가 제공한 1억 원의 수표가 발견될 수 있겠는가. 대법관 모두 이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던 것이다.
최근 검찰·법원 인사 등과 관련, ‘코드 사법개혁’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與) 핵심부의 이런 반응은 더욱 걱정스럽다는 여론이다. 한 전 총리 수사·재판은 국민적 관심 속에서 온갖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재판을 치렀다. 지난 2007년 3월 총리 퇴임 뒤 당시 여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그는 2009년과 2010년 불법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 끝에 뇌물죄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그 후 재판 과정에서 뇌물죄는 무죄, 정치자금법 부분은 유죄로 확정돼 2년 실형에 추징금 8억 8000만 원을 선고 받았으며, 지난 23일 만기 출소했다.
한 전 총리는 결백을 주장했던 만큼 개인적으로 할 말이 있을 수 있다.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그의 옥살이를 위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까지 치열한 법정 공방이 전개됐고, 대한민국 사법의 이름으로 혐의를 확정한 것이다. 그런데 공당(公黨)이, 특히 집권당이 이를 전면 부정하는 것은 사법 체계에 대한 부정이나 다름없다. 이런 측면에서 한 전 총리 석방 직후 더불어민주당의 김현 대변인이 내놓은 논평은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는 여론이다. 김 대변인은 한 전 총리 사건을 “이명박 정권의 정치 보복”이라고 규정하면서 “검찰권을 남용하며 정권에 부화뇌동한 관련자들은 청산돼야 할 적폐 세력”이라고 검찰과 사법부를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라고도 했다. 추미애 대표는 “기소독점주의 폐단으로 사법 부정(不正)의 피해를 입었다”면서 “사법 개혁이 얼마나 필요한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당사자인 한 전 총리로서는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재판을 다시 해도 사법적 진실이 달라지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게다가 일부 무죄 의견을 낸 대법관 5명도 한 전 총리가 건설업자로부터 최소 3억 원을 받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무기력하게 정치적 동지를 감옥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여권 인사들의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부패에 눈감고 권력에 굴종하는 사법부를 개혁한다면서 사법개혁의 깃발을 내걸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다. 그럼에도 한 전 총리 감옥행을 사법 적폐라고 하는 것은 이 사법개혁의 정당성을 의심케 하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는 여론은 가시지를 않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온정주의 때문에 적폐 운운 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인 사법개혁의 순수성을 훼손해도 되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법 개혁의 이름으로 이른바 ‘진보 성향’ 인물들이 요직에 잇달아 기용되면서 사법의 좌편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 한 전 총리에 대한 반응은 이런 식으로 사법부를 물갈이하려는 본색(本色)을 드러내는 것은 국민들의 오해를 가중시킨다는 여론도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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