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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가 빠진 안보리 의장성명

  • 입력 2010.07.14 03:24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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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한 의장성명이 채택됐다. 그동안 북한의 소행이라면서 북한 제재를 주장하던 한국 미국 일본과 명확한 증거가 없다며 이를 반대한 북한 중국 러시아가 어느 정도 타협을 이룬 결과다.
그러나 안보리 의장성명의 내용을 보면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공격한 주체에 대한 명시가 없다.
문득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에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의 발언이 떠오른다. 광운대의 초청 강연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가 BBK를 설립했다는 발언을 했음이 밝혀졌으나 나의원은 이 발언에 ‘주어가 빠졌다’면서 이명박 후보의 결백을 주장했었다. 
안보리 의장 성명 채택 직전 러시아가 천안함 침과 북한 사이의 관련성이 없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빼도 박도 못할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한 어뢰의 스크루우조차 부식 상태로 볼 때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의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발표를 했다고 한다.
또한 천안함이 침몰직전에 보낸 조난신호를 포착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공식발표가 없었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이미 중국과 미국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 마디로 북한의 공격은 한국의 조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러시아측의 주장인것 같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유엔 안보리의 북한 규탄결의안 채택에 매달려 왔으니 이 얼마나 무대포 외교인가? 북한의 소행이 분명하다면 한국등 관련국으로 국제조사단을 꾸려서 이명박 대통령의 말 그대로 빼도 박도 못할 확실한 증거를 들이댔어야 한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증거를 국제사회에게 인정해달라고 떼를 쓰는 행위는 외교적으로 커다란 결례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는 무례한 행동이었다.
주어가 빠진 안보리 의장성명은 두고두고 우리 외교의 수치로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주어가 없어) 아전인수로 해석하며, 자가당착에 빠진 정치권의 태도가 볼썽사납다.
천안함 침몰 사건의 진실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만이 실추된 우리나라의 명예를 어느 정도 회복하는 길이요, 슬픔과 두려움에 빠진 국민의 마음을 추슬러 달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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