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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신부 목숨앗아간 잘못된 국제결혼 관행

  • 입력 2010.07.14 03:23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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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시대를 맞으면서 국제결혼에 대한 문제점들이 발생해 정부의 시급한 대책이 요구 되고 있다.
엊그제 꽃 같은 20세에 47세의 한국인과 결혼한 베트남 신부가 정신질환이 있는 남편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두 사람은 올해 2월 베트남에서 결혼했지만 입국 절차 때문에 이달 초에야 부산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고 한다.
신부가 한국에 온 지 1주일만인 지난 8일 부부간 말다툼 끝에 흉기로 아내를 살해한 남편은 지난 8년 동안 57차례나 정신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이 돈만 내면 무조건 성사시키려 하는 잘못된 생각과 결혼 대상자의 병력을 검증하기 어려운 것도 비극을 만든 요인이었다는 지적이다.
생활이 어려운 일부 외국에서는 ‘한국에서 잘살아 보라’고 딸을 보냈다가 참담한 비극을 당한 가족들의 심경은 어떨 것인가.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7년에는 천안에서 당시 19세의 베트남 신부가 술 취한 남편에게 폭행당해 죽은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준 일도 있다. 또한 죽음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가정폭력 등 학대와 주변의 차별적 시선에 시달리는 일은 다반사일 것이다.
요즘 결혼하는 한국인 열 명 중 한 명은 외국인과 짝을 맺고 있고, 농촌 지역은 열 중 넷이나 된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새 국제결혼, 특히 여타 아시아 국가 출신 여성과 한국 남성 간 결혼이 급격히 늘어난 덕분이다.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수요가 많다 보니 돈벌이가 되겠다 싶어 달려든 중개업체들이 인신매매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는 게 대표적으로 지적 되고 있다. 현지 신붓감들을 수십 명씩 모아놓고 남성더러 골라잡게 하는가 하면, 한국 신랑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인권 침해적 요소가 한둘이 아니라는 지적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지난 2006년 조사 결과 외국인 신부 열 명 중 1.3명이 결혼 전에 들은 남편 관련 정보가 사실이 아니었다고 답했다고 하니 국제적인 망신이 아닌가.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할 결혼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니 이후 생활이 평탄할 리 없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한국에 온 지 8일 만에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스무 살 베트남 신부 T씨도 이같이 왜곡된 국제결혼 관행이 빚은 희생자 중 한 명이다. 직업도 없고 나이 차가 많이 나긴 해도 그 남편이 가난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기에 믿고 따라왔던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녀가 남편의 정신 병력까지 알았다면 이 결혼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며, 이국땅에서 무참히 살해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외국인 신부 수난사’는 자칫 심각한 외교적 마찰을 불러 올 수 있는 것이다. 비단 이번 사건뿐 아니라 상습 구타와 인종 차별에 시달리다 가출과 이혼을 택하는 이들이 상당수라고 한다. 심지어 자살한 여성들도 나왔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가 지난해 10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캄보디아 며느리가 있다고 생각해 달라”며 특별히 당부까지 했겠는가. 최근 법무부가 향후 외국에 맞선 보러 가는 남성에 대한 소양 교육을 시키겠다고 밝혔다. 정신병·성폭력 전과가 있거나 국제결혼 횟수가 3회 이상이면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늦게나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하지만 이제라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나라 망신시키는 잘못된 국제결혼 관행을 근절해야 될 것이다. 그러지 않고선 글로벌 시대에 국격(國格)을 논할 자격도 없을 것이다.

정순학 / 인천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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