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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에 노인들의 범죄와 그늘

  • 입력 2009.11.19 01:27
  • 기자명 편집국장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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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최근 노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인들이 무섭게 변하고 있다는 여론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옛 부터 동방예의지국으로 효(孝)를 실천하며 살아 왔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인자하고 너그러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이었던 노인이 무서운 경계대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60세 이상 노인들의 강력범죄가 급증하고 점점 흉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이른바 4대 강력범죄를 저지른 노인의 숫자가 지난 2005년 484명에서 2008년 707명으로 46.1%나 크게 증가해, 같은 기간 전체 4대 강력범 증가율 23.5% (2005년 1만4.545명, 2008년 1만7,965명)의 두 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또 전체 4대 강력범 중 노인의 비중도 지난 2005년 3.3%에서 2008년 3.9%로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노인 강도범은 38.7%, 노인 강간범은 70.9%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노인 강력범죄 대부분은 순간적인 격분을 참지 못해 벌어진 우발적 사건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일어난 주요 사건들을 보면, 83세 노인이 심한 의처증에 시달리다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경우, 60대 노인이 애완견 때문에 행인과 시비 끝에 낫으로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 72세 노인이 자신의 불륜을 나무라는 아내와 이웃집 부부를 독극물로 살해한 사건 등 그 수법은 매우 다양하고 잔혹하기만 한 것이다.
예전에 노인들은 사회적 약자로서 범죄의 피해자로만 여겨왔던 우리나라가 고령화 시대에 접하면서 큰 변동이 일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제는 오히려 노인들이 강력범죄의 가해자가 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걱정스럽기만 하다는 여론이다.
그리고 지금은 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라 수명이 길어졌고 노인들의 체력 역시 크게 개선됐으며, 더불어 성기능 역시 향상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인네가 무슨 힘이 있어서”라는 공식은 옛말이 되고 있으며, 그러한 부작용의 하나로 노인 강력범죄가 증가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반면 길어진 노년기를 감당할 적절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노년기에 접어듦으로써 여러 가지 노년기 적응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노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적응해 나기기 위해서는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어른으로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나이는 이제 숫자에 불과하고 건강은 넘치고 있으나 소일거리가 없어 범죄가 심화되는 것이라는 여론이다.
그러한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 라이카드(Reichard) 등이 말한 노년의 몇 가지 적응유형 중 부적응 유형에 속하는 분노 형이나 자학형의 적응형태를 띠게 되는 것이다.
분노 형은 젊은 시절 자신의 인생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그대로 늙어버린 것에 대해 비통해하면서 그 실패의 원인이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하고 분노하는 유형이다. 이런 사람들은 시대를 잘못 타고 나서, 부모를 잘못 만나서, 형제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자식들 키우느라 지금 자신이 이 모양 이 꼴이 됐다고 한탄하며 부모, 형제, 자식을 원망하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회에 대해 불만과 분노를 갖게 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녀들은 노부모 부양의식도 약해져서 노인들은 가족이나 자녀들로부터도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외로움과 소외감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또한 노인들의 성적 능력이나 노년의 사랑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노인들을 범죄로 내몰고 있다는 여론이다. 따라서 노인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인들 스스로 자신의 노화를 적절히 준비하고 긍정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노력과 사회 속에 노인들을 통합시키기 위한 노인복지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를 통해 노인들이 범죄의 유혹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고, 또 노인들의 범죄로부터 사회가 보호받을 수 있는 건강한 고령사회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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