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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제2 천안함’ 사태가 두렵다

  • 입력 2010.04.28 00:49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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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침몰된 1개월 내내 나의 뇌에서 떠나지 않은 것이 있다. 하나는 칠흑 같은 어둠과 차가운 물속에서 죽음의 공포와 맞서야 했던 우리 병사들의 처참한 몸부림이고, 다른 하나는 침몰 이후 우리의 대응과 갈등을 지켜보며 히죽이 웃고 있을 어느 누구와 그 추종세력 또는 집단의 만족스러운 표정이 뇌 속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병사들이 끝내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온 이제, 여전히 뇌리에서 떨칠 수 없는 것은 저들의 희희낙락이고 우리의 ‘고장’난 시스템인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에 심취했던지, 또는 누구에게 세뇌되었는지 너무 안이하게 살아왔던 것이 후회스러운 것이다. 우리의 경제력, 우리의 국방력, 그리고 정치싸움에 밀려 무엇보다 우리의 국운(國運)이 상승일로에 있다고 보고 국방의 취약함을 잊었었나보다. 특히 우리 지도자·지도층의 자기도취는 나라의 ‘도끼자루’에 금이 가는 것을 방치한 꼴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 더욱 분한 것이다. 군(軍)도 그랬고 정치권도 그랬다. 그리고 우리 국민 일반도 애써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안일함에 빠져 있었다는 생각이다.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우리의 안보상황에서 우리 의식을 지배해온 개념들은 햇볕정책과 포용, 지원에 대한 민족, 화해, 평화들이었다. 그 가운데서 우리의 군은 속된 말로 나사가 풀려 있었던 것이다. 나라의 군함이 적(敵)의 공격으로 두 쪽이 나고 40여명의 병사가 수장상태에 빠졌는데도 군(軍) 지도부는 ‘연락’도 안 되는 사각지대에 있었다. 지휘 계통도 문제는 많았다. 그것도 모자라 서로를 부둥켜안고 도와가며 살아 돌아온 장병들을 환자복을 입혀 국민 앞에 죄인처럼 내몬 군 당국의 조처는 천안함 공격을 지휘했던 그 ‘누구’들도 감히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을 것이며 수 십 명의 병사들이 물속에 수장되었는데 국회는 무슨 지휘관들을 불러 조사의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엉뚱한 소리의 예측을 하며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는 여론이다.
물론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경거망동해서는 안 되는 것이 대통령과 정부가 취할 길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거기서 신중함보다는 쓸데없이 말썽을 거느리게 됐다는 당혹감, 사후 대처에 대한 중압감 같은 것을 더 많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여러 논자들은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지만 그러나 문제는 ‘위기’라는 것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는 데 있다.
위기라는 인식이 없는데 위기관리가 있을 리 없고, 위기관리의 훈련이 공백인 상태에서 그 능력이 길러질 리가 만무한 것이다. 위기의식에 관한 한, 정치권이 한 술 더 뜨고 있어 걱정이다. 야당들은 조작이니 북풍이니 하면서 음모론 수준에 머물렀고 민주당은 초기에는 누가 꺼내지도 않았는데 지레 ‘북한 불개입’을 들고 나와 국민들을 불안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여론이다. 국회에서 국방장관을 상대로 하는 질의의 내용들을 보면 저것이 과연 우리 병사 40여명이 전사하고 배가 두 동강이 난 나라의 의원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인가 복장이 터질 지경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외국에서는 천안함 사건을 한국의 중대한 국가안보사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부 미국 언론은 우리 바다 전부가 적들의 ‘땅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 정작 우리 내부에는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다. 겨우 유엔안보리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경제적 제재를 가하자는 논의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걱정이다.
“있는 사람이 몸조심하자”거나 몸값을 지불해야 하는 ‘인질사태’를 떠올리는 수준이 고작인 것 같다. 두려운 것은 이런 상태로는 ‘제2의 천안함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우리 안보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여론이다.

백수현 / 정경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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