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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부른 철피아 비리

  • 입력 2014.07.17 23:38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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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 의혹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던 김광재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엊그제 새벽 한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 17일에도 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 소속 간부가 수뢰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자살을 한 것이다. 지난 2011년 8월부터 올해 초까지 이사장으로 재직한 그는 철피아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혀왔다. 검찰은 지난 5월 철도시설공단 본사와 김 전 이사장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관련자들을 잇달아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던 중이었다. 특히 공단 임원들을 넘어 정·관계 인사들의 금품수수 정황까지 포착하면서 의혹은 확산 일로였다. 핵심 피의자의 사망이 수사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철도레일 부품업체인 AVT사가 지난 2012년 500억 원대의 호남고속철도 궤도공사에 납품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공단과 정관계 곳곳에 로비를 벌인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은 감사원에서 당초 납품업체로 선정됐던 업체 대신 AVT에 유리한 감사 결과를 내준 감사관 김 모 씨를 수뢰 혐의로 지난달 말 구속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던 참이었다. 김 전 이사장은 검찰 수사가 자신을 향해 오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이사장직을 떠났지만 그는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을 거쳐 지난 2011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 내려온 국피아(국토해양부+마피아)였다. 김 전 이사장이 유서에서 “악마에 걸려 이 지경까지 왔다”고 토로한 점에 비춰 비리사슬은 구조적이고 조직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권 모 수석부대변인이 AVT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것도 정치권이 깊숙이 연루돼 있음을 드러낸다. 그는 AVT사 이모 대표의 부탁을 받고 김 전 이사장에게 수천만 원을 전달한 ‘배달부’였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집권 여당의 당직자가 공공기관 이사장과 업체 사이에서 뇌물을 전달하는 로비스트 역할을 한 셈이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새누리당은 엊그제 비리 의혹이 불거진 권 수석부대변인을 부랴부랴 해임키로 했지만 핵심 당직자의 철피아 비리 연루에 대해 당 차원에서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는 여론이 아우성이다.
철피아 수사는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관피아(관료+마피아)’를 겨냥한 첫 수사였다. 서울중앙지검은 레일체결장치 수입·납품업체 AVT가 호남고속철도 공사 등의 납품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금품로비를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AVT 고문을 맡아온 권 모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조사에서 ‘AVT 측 부탁으로 김 전 이사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권 씨는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과 수석부대변인 등을 맡아오다 지난 3일 당에서 제명됐다.   앞서 검찰은 AVT로부터 뒷돈을 받은 감사원 감사관 김 모씨를 구속했으며,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 서울시의원에 대해서도 금품수수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한다.
검찰은 김 전 이사장과 관련해 “중요한 수사대상인 건 맞지만, 소환을 통보하거나 소환 일정을 잡은 바 없다”고 밝혔다. 스스로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뿐 수사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지난달에도 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 간부가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있다. 검찰은 비리 혐의를 엄정하게 수사하되, 인권 보호 측면에도 유념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수사는 정당하게 이루어 져야한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검찰은 철피아의 검은돈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정관계의 어느 선까지 유입됐는지를 하나도 남김없이 파헤쳐야 한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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