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의사들의 파업

  • 입력 2014.01.17 18:51
  • 기자명 홍성봉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2일 대한의사협회와 전국 시·도의사회 회장과 임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오는 3월3일부터 총파업(집단휴진)에 돌입한다는 결의를 했다. 의사협회가 요구하는 원격의료제 및 영리병원 허용 정책의 철회, 건강보험 제도의 근본적 개혁 등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무기한 집단휴진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대화의 여지는 있고 반대의사들도 많아 전체 의사들의 뜻을 묻는 투표 절차도 남아 있어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만약 실행에 옮겨진다면 지난 2000년 2월 의료계 파업 이후 14년 만의 파업 위기라고 하지만, 그에 합당한 명분은 안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요구하는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에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없는 것이다. 특히 이를 놓고 민영화 내지 영리화 수순(手順)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에 가깝운 것이다. 의협은 원격진료가 동네 의원들을 고사시킬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도시민들은 집만 나서면 동네 병·의원이 널려 있는 마당에 굳이 원격진료를 찾지 않는다.
반면 오지나 교도소 그리고 만성질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 등은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원격진료는 세계적 추세다.
그들이 요구하는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도 대형 종합병원들에서는 사실상 시행 중인 제도다. 장례식장·주차장·식당 등 부대사업이 그것이다. 이번 자회사 설립 허용은 경영난을 겪는 전국 480여 개 중·소 의료법인에 수익 창출의 숨통을 틔워주려는 조치일 뿐이다.
민영화하려면 무엇보다 우리 건강보험제도가 규정하고 있는 ‘당연지정제’(의료기관은 의무적으로 건보 환자를 진료하는 제도)를 폐지해야 하는데 원격진료나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등은 당연지정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한다.
결국 의협의 본심(本心)은 의료수가 인상 요구에 맞춰져 있으며, 이를 ‘건강보험 제도 개혁’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낮은 수가 때문에 동네 병·의원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최근 건강보험 재정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주장 등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건보 흑자는 불경기의 장기화로 인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줄어드는데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진실은 건보재정 파탄을 걱정해야 할 형편인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공약한 3대 중증질환 무상 진료 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고령화와 겹칠 경우 건보 재정 수요는 폭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원격의료 또한 진료 접근성 제고와 오진 위험이라는 장단점이 함께 존재하는 정책이다. 원격의료가 동네의원 경영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개원 의사들의 걱정을 현실성 있게 받아들이더라도, 병원 소속 의사들은 이와 적지 않은 시각 차이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쪽이든 전문가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해야 할 것이지 머리띠 두르고 거리로 나설 사안은 아니라는 정부의 입장이다. 결국 건보 제도의 근본적 개혁이라는 포괄적 용어 속에 의사들의 공통된 이해가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결국 그들은 건보 수가(酬價)를 올려달라는 말을 에둘러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만약 의사협회의 진의(眞意)가 수가 인상에 있다면 현재의 수가체계가 얼마나 현실과 떨어져 있으며 그래서 어떤 왜곡현상이 일어난다는 건지 당당하게 문제제기를 하면 된다. 그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지는 그때 가서 별도로 토론할 일이다. 그런데 본심은 감춘 채 모호한 명분을 내세워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환자 진료라는 본분을 저버리는 극단적 행동은 어떠한 이유로도 국민들에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의사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며 국민의 건강권은 지켜야 한다. 의사들의 모든 정책 요구는 정부와 대화를 통해 해결하길 바란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