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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낳고 숨진 女軍 중위의 슬픔

  • 입력 2013.09.12 17:36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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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육군과 해군. 그리고 공군의 여군(女軍) 숫자는 현재 8448명으로 전체 군 장교와 부 사관의 4.7% 수준이다. 국방부는 전체 장교·부사관 전력의 4.4%를 차지하는 여군 비중을 2020년까지 6% 이상으로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국 16개 국군병원 중 산부인과가 설치돼있는 병원은 대도시인 서울과 대전 등 5곳뿐이라는 것이다. 군의관 숫자가 총 2000여명이 넘지만 산부인과 군의관은 5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여군 가운데 30%를 차지하는 기혼자가 마음 놓고 건강 문제를 상담하고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의료 원시(原始)시대나 다름이 없는 두려움 속에 군(軍)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최근 임신 중 격무에 시달려 몸에 이상신호가 왔는데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생명을 잃은 이신애 중위의 사연은 열악한 여군의 현주소를 드러낸 결과를 갖어 왔다. 임신 7개월에 부대 운영과장이 되어 하루 12시간 이상 일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한다. 출산 직전에는 업무를 덜어줘야 할 텐데 오히려 더 혹사했다는 것이 전방 근무 실태인 것이다.만삭의 여군을 건강을 해칠 정도로 과로하게 만든 것은 군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와 구조적인 요인 탓이었을 것이다. 계급별로 5∼7% 정도의 여유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군내 사고로 격리된 사람들이다. 임신한 상태라고 해도 업무에서 빠지게 되면 심각한 업무 공백을 초래할 수 있어 마음대로 휴가를 신청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이 중위가 근무한 인제군뿐 아니라 산부인과 병·의원을 가려면 차로 1시간 이상 달려야 하는 의료 취약 지역이 전국에 50곳에 달한다고 한다. 군부대도 대부분 이런 지역에 있다. 강원도는 산부인과 병원이 부족해 신생아 10만 명 출생 당 산모 사망이 34.6명으로 서울(10.8명)의 3배가 높다는 것도 의료 사각지대를 인증하는 것이다.군은 현재 66개 민간 병원과 의료 협력 체제를 갖추고 있다지만 이 중위 경우에서 보듯 군내(軍內) 의료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보건소에 여군 진료가 가능한 공중 보건 의(醫)를 최대한 늘리고 국군병원에 산부인과 의사를 확충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이 중위는 숨지기 보름쯤 전부터 몸이 붓고 이상 증상이 나타났지만 혹한기 훈련 준비에 바빠 건강을 추스르지 못했다고 한다. 병원에 가고 싶어도 부대 주변엔 산부인과 병원이 없고 춘천까지 나가려면 자동차로 1시간 반가량 걸린다고 한다. 이 중위는 몸이 좋지 않은데도 좀체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다 지난 2월 2일 배가 아프다며 쓰러지고 말았다. 속초의 작은 병원을 거쳐 강릉의 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그날 밤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은 뒤 아기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이튿날 아침 눈을 감았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기본적 산전(産前) 관리만 제대로 받았더라도 이런 비참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육군본부에 올 2월 초 아이를 조산(早産)하고 숨진 이모(28) 여군 중위에 대해 '과로로 인한 순직(殉職)'으로 인정하라고 권고했다고 한다.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여군 사관 출신인 이 중위는 숨질 당시 임신 8개월째로 강원도 인제군 전방 부대에서 운영과장 업무를 맡고 있었다. 육군본부는 지난 4월 두 달간의 조사를 거쳐 이 중위의 죽음을 '일반 사망'으로 처리했다. 이 중위가 재심을 통해 순직이 인정되면 고인(故人)은 물론 6·25에 참전했던 할아버지, 육군 중령으로 제대한 아버지까지 3대가 군인 집안인 유가족들도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여군의 증가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로 군대에 들어온 여성이 불편 없이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홍성봉의 시시비비> 홍성봉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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