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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사태에 발목잡힌 월드컵 유치

  • 입력 2010.12.06 23:12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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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지난 3일(한국시간) 새벽 스위스 취리히 메세첸트 룸에서 치러진 2018년 및 2022년도 월드컵 개최국 발표식에서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탈락한 데에는 최근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따른 불안한 한반도 정세가 주요한 변수가 된 것이라는 현지의 여론이었다고 한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후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집행위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 준데다 한국이 유치활동 과정에서 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적 패착을 범하는 바람에 득표 실패로 이어져 아쉬움을 남겼다는 것이다.
이런 사태는 이미 전부터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지적돼왔던 일이기는 하지만 독일의 유력 일간지 프랑크 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포격 이틀 뒤인 지난달 25일 “최근 사건들 탓에 한국의 안전 보장의 호소에도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가 한국에 월드컵 유치권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하기도 했었다.
이어 “연평도 포격 이후 한국은 2022년 월드컵과 2018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 분위기가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치가들이 수십 년간 이루지 못한 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형 스포츠 행사는 없다”고 했다는 것이 유치에서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한승주 2022년 월드컵 유치위원장은 이런 반응에 대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개최지 선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으나 무위로 돌아온 것이다.
오히려 이번 사건이 한국에서 월드컵을 개최해야 하는 의미를 더 부여하게 될 것으로 보고 최종 유치 프레젠테이션에서 한국의 분단 상황을 전면에 내세우는 `정면 돌파’ 작전을 택한 것도 소용이 없었다.
프레젠테이션 직후의 반응은 예상과 정반대였다고 한다.
이홍구 전 총리와 정몽준 부회장이 똑같이 한국의 분단 상황을 전하면서 월드컵 유치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힘을 줄 것이라는 비슷한 내용의 발표는 지루하게 이어졌고 많은 외신들이 이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고 한다.
AFP 통신은 “너무 엄숙한 분위기였다”고 평했고 AP통신은 “아웃사이더로 여겨진다”고 까지 언급했다고 전해 왔다. 로이터 통신도 “한국은 예상과 달리 연평도 포격 사건을 피해가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무거웠다”고 기사를 썼다고 한다.
2022년 개최국으로 선정된 카타르는 반면 `최초의 중동 월드컵’이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6-7월은 월드컵을 치르기에는 너무 덥다는 의견들이 틀렸다는 점을 재치 있게 설명해 신선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내 대비를 이뤘다고 한다. 우리와 같이 비록 탈락했지만 캥거루 애니메이션을 등장시킨 호주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지켜본 많은 외신 기자들도 대한민국이 “딱딱한 정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다른 장점을 부각시켰어야 했다”고 입을 모으며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2002년에 일본과 공동개최한 지 불과 20년 만에 다시 월드컵을 열게 된다는 점도 한국의 유치에 걸림돌로 꾸준히 지적돼왔지만 `통일과 평화’ 등 막연한 정치적 구호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바람에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금부터 불과 8년 전에 일본과 월드컵을 공동개최하고서 왜 또다시 대회를 유치해야 하는지는 발표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언급해 한국의 재유치가 왜 필요한지 실질적인 당위성을 납득시키지 못한 `전략적 실패’를 지적하기도 했다고 한다.

홍성봉 /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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