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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이 버려진 노숙자

  • 입력 2010.11.18 06:42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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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선진국 국제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 등 1만명이 참석하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로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국제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정상 회의가 의장국인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고 본 받고자하는 힘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현실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는 너무도 멀리만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노숙자가 길거리에 쓰러져 잠을 자고 있다는 112신고를 받게 됐다. 그날따라 무척이나 추운 날씨인데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노숙자는 술에 취한 상태로 몸을 움츠리고 있었고, 주변에는 소주병이 놓여 있었다.
노숙자를 흔들어 깨워서 “어디 갈 곳이 있냐”고 수차례 물었지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관할 구청에 전화를 했으나 이들은 담당부서 담당자를 바꿔주겠다며 수차례에 걸쳐 이곳저곳으로 전화를 돌려주더니 급기야 전화가 끊겼다. 다시 전화를 걸어 “경찰관인데 길거리에 방치돼 있는 노숙자를 위해 도움을 청하려고 한다”고 다시 정중히 부탁을 했다.
드디어 사회복지과 직원과 전화 통화가 연결됐다. 그런데 담당자는 노숙자가 원하지 않으면 데려 갈 수 없고, 병이 있으면 데려 갈 수 없으니 그의 의사를 물어봐 달라고 했다. 당장 도움이 필요한 노숙자에게 의사도 아닌 경찰관에게 병이 있나 없나 점검하고 물어보라고 하니 일반인이 신고를 했으면 어떡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니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 노숙자는 보호시설로 가기 원했고, ‘지병도 없다’고 말했다. 그때서야 담당자는 현장에 나가 보겠노라 했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있다. 노숙자나 행려병자에 대해 정부 어느 기관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처리하려는 곳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G-20 의장국 위상에 맞는 복지정책이 시급하다.  

(삼산서 부개2파출소 경장 박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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