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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스런 기축(己丑)년을 보내며

  • 입력 2009.12.30 10:06
  • 기자명 편집국장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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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지나면 그토록 다사다난했던 기축년(己丑年)을 보내고 경인년(庚寅年)이자 21세기의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2010년이 열리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한 해의 시작은 적지 않은 설렘과 희망을 갖게 한다.
새해는 60년 만에 찾아온, 용맹스러우면서도 신성한 의미를 지닌 백호랑이(白虎) 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또 금년에는 생각지도 않던 일이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올해 상당한 경제적 혼란과 고통에 시달렸기 때문에 새해를 맞는 마음은 더 간절한 듯하다.
새로운 시대인 2000년을 열던 1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후유증을 치유하느라 국민 모두의 몸과 마음이 어수선하던 것과 올해의 상황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며 정치권에서는 4대 강물에 빠져 아직까지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을씨년스런 한해이기도 한 불운의 해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5% 성장전망 속 위기탈출 기대 속에서 국민 상당수의 정신적 지주이던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에 따른 슬픔, 그리고 600만 불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로 이어진 충격과 안타까움, 맹위를 떨치던 인플루엔자A(H1N1·신종 플루)의 공포는 2009년을 다소 힘겹게 기억하게 만드는 요인들이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새해에는 무엇보다 경제성장률이 5% 안팎으로 전망되면서 경제위기의 완전한 탈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지는 것 갔다. 지난 1999년 당시 1인당 국민소득(GNI)은 9,438달러에 그쳤으나 올해는 금융위기 여파에도 불구하고 1만7,100달러에 이르고 내년에는 2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니 말이다.
물론 국제 원자재가 변동 등과 맞물린 물가 불안, 환율과 금리의 불안정성, 갈수록 더해가는 정치적 갈등과 같은 부정적 요소가 도사리기는 하지만 내년에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경기 회복세는 새해에 대한 밝은 희망을 기대하기에 부족하지 않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떨치지 못하는 아쉬움은 우리 생활의 만족도는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행복지수를 이용해 세계 주요 30개국의 행복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최하위 수준인 25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큰 충격을 조고 있는 것이다.
가구처분소득을 비롯한 경제 부문이나 기대수명 같은 사회구성원의 건강·환경 부문의 순위는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나 빈곤률 등의 사회 형평성, 자살률 같은 사회적 연대 부문과 생활만족도 부문은 매우 낮은 편이라서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제 우리는 신년을 맞으며 배려와 이해의 정신을 인(仁)으로 설파한 공자는 내가 인을 하고자 하면 곧 인에 이를 것이다.
‘我欲仁 斯仁至矣’라고 했듯이 이제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첫해인 2010년 경인년을 이런 노력을 위해 우리 모두가 첫발을 내딛는 아침 해를 맞아주길 기대해본다.
우리에게 큰 희망을 연말에 안겨준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대규모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자로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한국형 원전 컨소시엄’이 최종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국가적으로 큰 경사라고 할 수 있다.
새 희망의 원년을 맞으며 중국 송(宋)나라에 주신중(朱新仲)이라는 훌륭한 인물이 있었는데 그는 인생에는 다섯 가지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참고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는 생계(生計), 둘째는 신계(身計), 셋째는 가계(家計), 넷째는 노계(老計), 다섯째는 사계(死計)이다.
생계는 자신의 일생을 어떤 식으로 살아갈 것이냐에 관한 계획이고 신계는 몸을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에 관한 계획이며 가계는 집안을 어떻게 다스리고 이끌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고 노계는 어떤 노년을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며 사계는 어떤 모양으로 죽을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라고 했다.
위의 다섯 가지 계획을 잘 세운다면 인생을 사는 동안은 물론이고 사후에도 인생을 잘 살아간 사람으로 기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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