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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라는 것은… 조선왕릉(陵)은 말한다

  • 입력 2009.12.28 00:38
  • 기자명 편집국장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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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일 년 내내 4대강과 세종시 논란으로 정치권에서는 싸움만 하다가 허송세월을 보냈다. 최근에는 바야흐로 세종시 문제로 제2막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세종시에 대한 문제를 뒤돌아보면 제1막의 주인공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고 제2막의 주인공은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전직 정권의 약속은 다음 정권에서는 대부분 흠을 잡아 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세종시가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세종시의 2막 1장은 각본상 주인공 밑에 주연급 조연 두 명이 열연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정운찬 국무총리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여당 내에서도 원안 수정과 원안 강행이라는 테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 있는 것이다. 둘 중 한 명이 제3막의 주연으로 점지 받을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전 정권에서는 본래 명칭은 행정중심복합도시였다. 줄여서 ‘행복도시’라고 불렸는데 어느날 세종시로 이름을 바꿨다. 세종시라 바꾼 것도 이해는 간다. 민족 최대의 성군 세종의 덕과 함포고복(含哺鼓腹)의 치세를 본받고자 작명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세종시라는 이름이 괜스레 마음에 걸리는 부분도 있다. 지난 역사 속에서 보면 32년간의 덕치를 전후해 불었던 피바람이 떠올라서 말이다.
학생 시절 수없이 다녀온 태종이 묻힌 헌릉과, 태조비 신덕왕후의 정릉에 얽힌 이야기도 생각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 멀리 영월 땅에 묻혀 있는 세종의 손자 단종의 애사(哀史)와 더불어 ‘왕자의 난’을 일으켜 보위에 오른 태종은 태조가 승하하자마자 영국대사관 자리에 있던 계모 신덕왕후의 능을 성 밖으로 옮겨 버렸다는 것도 역사 속에서 읽어 보았다. 능이 있던 동네이름은 정동이지만 실제 능은 정릉동에 있는 까닭이다.
아들 방석을 왕으로 옹립하려던 계모를 후궁으로 격하시켰다는 것도 말이다. 조선 최초의 왕비이자 최초의 왕릉을 병풍석도, 난간석도 없이 묻혀 있다.
260년 동안 후궁릉으로 수모를 당해 왔다.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뺏긴 단종의 장릉은 유배지인 영월에 있다. 왕릉은 도성에서 100리 안에 둔다는 법도는 아랑곳없이 말이다. 죽은 지 241년 만에야 종묘에 부묘됐다는 것도 역사 속에 있다.
궁궐이 삶의 기록이라면, 왕릉은 죽음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조선왕릉 40기에는 조선왕 27명이 재위한 518년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는 것이다. 왕릉의 형태와 규모는 ‘산릉도감의궤’에 따라 만들어져 대동소이하지만 왕릉마다 사연은 남다르다. 함흥에서 옮겨 심은 억새가 우거진 태조의 건원릉, 유일한 ‘여성 상위’ 왕릉인 인수대비와 덕종의 경릉, 도굴당해 가묘상태인 성종의 선릉, 뒤주 안에서 숨졌지만 아들 정조의 효심 덕분에 왕릉으로 부활한 사도세자의 융릉, 몰락하는 왕권을 상징하는 헌종의 삼연릉, 최고의 권력을 누렸으나 시신도 없이 봉분만 남은 명성황후와 고종의 홍등 스토리가 없는 왕릉은 ‘죽음의 집’일 뿐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조선왕은 국상 기간 중 선왕의 왕릉에서 정사를 시작해 왕릉에서 생을 마감했고 왕릉은 권력이 지는 곳이자, 권력이 움트는 곳이다. 왕조의 흥망성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종 치세를 사이에 두고 전개됐던 피비린내 나는 권력의 찬탈사도 그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세종시를 둘러싼 여야 간 대결국면이 급기야 여권 내 내홍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들과 유권자는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은 세종시에 대해 사심이 없다. 원안대로 하든, 수정하든 제대로 잘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 타협하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신념이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면 세종시에 목을 매는 이해관계인들을 설득해 매듭지었으면 한다는 생각을 감히 하고 싶은 것이다. 수정안에 총대를 멘 정 총리와 국민과의 약속을 강조하는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야당 정치인들의 행보도 눈여겨볼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나는 제2막의 주연과 조역들 그리고 야당 의원들은 투쟁과 싸움 보다는 시간을 내서 서울근교에 있는 조선왕릉 답사여행이라도 한번 다녀와서 마음을 정리 했으면 한다. 그러면 세종시라는 현안을 보는 안목이 달라질 것이며. ‘역사의 눈’으로 보면서 문제를 풀어갔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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