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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참패로 끝난 재보선…정치권 지각변동

  • 입력 2011.04.28 17:04
  • 기자명 이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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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기자/ 4·27 재·보궐선거 결과 주요 지역인 강원, 경기 성남 분당을, 경남 김해을, 전남 순천 등 4곳 가운데 한나라당은 김해을 한 석을 건진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텃밭인 성남 분당을과 강원도지사 등 후보를 낸 2곳에서 승리하면서 여당의 패배로 끝났다.
높은 투표율 속에서 여당의 참패로 끝난 이번 선거 결과는 물가 폭등, 구제역 파동, 각종 정책 혼선 등으로 현 정부에 실망한 민심이 투표장으로 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여당은 각 계파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에 야당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보수 텃밭인 분당을 지역에서 생환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본인의 입지가 탄탄해짐과 동시에 야권연대 역시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대신에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의 김해을 선거 패배로 인해 유시민 대표는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

◇'관심' 입증한 높은 투표율…역대 국회의원 재보선 최고
이번 선거의 가장 핵심지역이었던 분당을에서는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51.0%(4만1570표)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48.31%, 3만9382표)를 제치고 승리했다.
또 MBC 전 사장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강원도지사 선거는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51.08%(29만3509표)로 46.56%(26만7538표)를 얻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이겼다.
경남 김해을에서는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51.01%(4만4501표)를 얻어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48.98%, 4만2728표)를 근소한 차로 눌러 당선이 확정됐다.
전남 순천에서도 야권 단일후보인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가 당선됐다. 김 후보는 36.24%(3만313표)를 얻어 무소속 조순용 후보(21.72%, 1만8172표)를 제치고 최종 승리했다.
이날 재보선은 통상적인 재보선에 비해 유난히 높은 39.4%의 최종투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국회의원 재보선의 경우 역대 최고인 43.5%의 투표율을 보여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역대 가장 높았던 지난 2001년 10·25 재보선 투표율 41.9% 보다 1.6%포인트 높은 기록이다.

◇살아 돌아온 손학규…분당마저 '접수'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기쁨을 맛본 이는 바로 민주당 손학규 후보였다. 여권의 텃밭이자 이번 선거에서 초미의 관심지역이었던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당선돼, 그동안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발목을 잡아온 출신 논란 및 지지율 부담 등을 털어버리고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지게 됐다.
그동안 원외 대표로서 제1야당을 이끌어온 손 후보는 이번 승리로 인해 한 해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대선국면에서 본격적으로 원내에서 당을 진두지휘할 수 있게 됐다.
손 후보의 승리는 이번 선거에서 최대 접전지역이었던 분당을의 표심은 비록 야당이긴 하지만 손학규라는 '인물'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평가다. 또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이 지역에서 야당 대표가 승리를 거둔 점은 결국 현 정부에 대해 중도보수의 민심마저도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분당을 승리로 인해 민주당에서는 보수성향의 수도권 중산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나라당이 수성해온 분당이라는 귀중한 지역의 민심을 확보했다는 소득을 얻었다.
또 손 대표 개인으로서도 향후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한편, 여권의 텃밭에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당 대표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원내 진출이라는 두 가지 소득도 함께 거둬들여 앞으로의 행보에도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대역전 최문순…무너진 엄기영
MBC 전직 사장 간 대결로 이목이 집중됐던 강원지사 선거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특히 최 후보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동안 공개된 21번의 여론조사에서 단 한 번도 엄 후보를 앞지른 적이 없어 이번 승리가 더욱 눈에 띄었다.
당선무효형으로 지사직을 상실한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은 최 후보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터진 엄 후보 측의 강릉 콜센터 불법선거운동 사건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최 후보의 당선에 힘을 보탰다.

◇김태호, '나홀로 선거'로 신승…난감한 유시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지(聖地)'로 불리며 야권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던 김해을에서는 박빙의 승부 끝에 결국 한나라당의 김태호 후보가 최종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40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떠올랐지만 내정 21일만에 자진 사퇴했던 김 후보는 중앙당의 지원 사격을 고사한 채 '나홀로 선거'로 이번 선거에 임해왔다.
이에 따라 김 후보는 국무총리 낙마로 사그라졌던 '세대교체설', '40대 기수론' 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향후 정치 행보에 상당한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및 이재오 특임장관의 사각 구도가 고착화되는 듯한 현 여권 대선구도에서도 변동이 일 조짐이다.
반면에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의 패배는 원외 정당으로 당을 지휘하면서도 대권주자로 존재감을 부각시켜온 유시민 대표에게도 큰 타격을 주게 됐다.
이번 패배로 국민참여당은 또 다시 원내 진입이라는 숙원을 이루지 못한 동시에 '노무현의 성지'에서 친노진영의 패배를 안겼다는 부담감까지 함께 안게 됐다.

◇'야권연대의 힘'…민노, 호남 첫 지역구 획득
이번 4·27 재보궐선거에서 7대 1이라는 최대 경쟁률을 기록한 전남 순천에서는 결국 '야권연대'가 위력을 발휘했다.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4당을 아우르는 야권 단일후보인 민노당 김선동 후보가 6명의 무소속 후보를 물리치고 순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민주당의 '텃밭'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순천에서 민노당 김 후보의 당선은 순천 지역의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를 선택하기보다는, 민주당의 '통큰 양보'라는 야권연대 정신을 받아들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김 후보의 당선은 호남 지역에서 최초의 민노당 국회의원이 탄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로써 민노당의 기반이 호남 지역까지 확대, 진보신당과의 통합이 이뤄질 경우 내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까지 노려볼 수 있다.
또 순천에서 민노당 후보의 당선은 지난 6·2 지방선거로 성과를 거뒀다가 7·28 재보선 서울 은평을 패배로 인해 잠시 '주춤'했던 야권연대에 탄력을 붙게 할 전망이다.

◇여야, 정치지형 변동 '불씨'…靑도 레임덕 가속 위기
이번 선거의 패배로 인해 한나라당으로서는 악몽같은 '포스트 재보선' 정국이 시작됐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의 충격은 크다. 전국 유권자의 절반이 몰린 수도권, 특히 '천당 아래'라 불리는 텃밭 중의 텃밭 '분당을'을 야당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당장 차기 총선에서 배지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이들을 휩싸고 있다.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특임장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내 친이재오계는 강재섭 전 대표를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한 임태희 대통령실장, 나경원 최고위원 등에 대해 책임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또 신공항 백지화 사태 당시 일각에서 거론됐던 이명박 대통령 탈당론이 고개를 들고, 청와대와의 선긋기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위기론'이 친이(이명박)계와 친박(박근혜)계로 나뉘어 갈등을 빚어온 한나라당을 단합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당장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역할론이 부상하고 친이·친박 간의 세력 다툼이 아닌 당을 중심으로 한 화합과 통합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청와대로서는 여당의 패배로 인해 향후 이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돼 국정운영 장악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현 정부가 추진하려 하던 4대강 지류·지천 정비사업 등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동남권 신공항에 이어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 문제 등을 놓고 벌어지던 지역 갈등도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또 내달 초 이뤄질 개각 폭이 확대되거나 청와대 개편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야권에서 지각변동의 가장 큰 핵심인물은 바로 이번 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돌아온 민주당 손학규 대표다. 여권의 텃밭인 분당을 지역 큰 부담감을 안고 출마했던 손 대표는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원내로 진입해 당을 이끌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대선 후보군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도 원외 정당인 유 대표에게도 처지고 지지율 역시 10% 미만에 머물렀던 그간의 상황을 뒤집고 여야 대권 경쟁에서 1대 1 구도를 만들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대신에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자신의 입지에 큰 상처가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야권 분열이라는 부담감을 안고서도 전국정당화를 꿈꾸면서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면서 원내 진입을 위해 노력해온 유 대표로서는 김해을 선거의 패배로 인해 향후 입지에 큰 위기를 맞은 셈이다.
원외에 있으면서도 야권의 대선주자로서는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꾸준히 2위를 유지하면서 내년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이번 선거 패배를 통해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특히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보인 '벼랑 끝 전술'로 단일화 협상에서는 이겼지만 결국 선거에서는 패배함으로서 야권의 곁눈질까지 함께 받게 된 상황이다.
이 밖에 이번 선거로 인해 민주당의 다른 대권주자인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 역시 분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손 대표가 이번 선거를 통해 대권주자로서의 주목도가 커진 만큼, 이미 대권 준비를 가시화하고 있는 이들 역시 입지 확보를 위한 동력을 찾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에 닥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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