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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분열의 공화국’에는 미래가 없다

  • 입력 2009.12.23 00:44
  • 기자명 편집국장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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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회는 제18대 정기국회 100일간을 세종시 만들기와 4대 강물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끝나고 임시국회를 열더니 4대강 사업 예산을 둘러싼 여야 간 다툼이 결국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회의장 점거 사태로 번지고 있다.
의원들의 몸싸움은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흔한 일상사지만 이번에는 지난번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 일행의 국회 방문 일정과 때를 맞춰 외국 손님들 앞에서 국회의 진면목을 과시하는 국회의 모습을 외국지도자에게 또 한 번 보여주고 말았다. 시진핑 부주석은 차기 중국 지도자로 유력해 중국의 대외 정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인물이다.
그가 직접 경험한 우리 국회의 모습이 한국과 한국 정치인들에 대한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줬을지 궁금하다는 지적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진통을 겪는 것은 새해 예산안 처리만이 아니다.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도 꼬인 매듭이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쏘나타를 에쿠스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원안 수정방침에 대한 반대 여론 무마에 열심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수그러들 기세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노조법 개정도 꼬여 있기는 마찬가지다. 노사정이 타임오프(time offㆍ근로시간 면제)제도라는 완충장치를 도입해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금지를 6개월 늦춰 시행하고, 복수노조는 시행을 2년6개월 유예하기로 어렵사리 합의했지만 아직 끝이 안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이 국회로 넘어간 상태에서 노사정과 여야는 물론 노측과 사측 내부도 의견이 제각각이어서 결말을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대립하고 갈등하면서 뭐 하나 시원스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신뢰가 빈곤한 사회임을 드러내는 현상이다.
이런 현실은 지표로도 입증되고 있어 세계가치관조사(WVS) 결과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해 실시된 조사에서 한국인들은 ‘타인을 믿느냐’는 질문에 28.4%만 “그렇다”고 답했다. 70%에 이르는 스웨덴 덴마크 등 선진국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39%)과도 턱없이 격차가 큰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에서 우리에게 크게 뒤지는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도 신뢰 수준은 우리보다 높을 정도다. 정부에 대한 한국인들의 신뢰는 11.3%로 더 형편없다.
정부를 믿지 못하니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게 이상할 게 없다.
노조법만 하더라도 노사 간 신뢰가 강하다면 굳이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노동계 주장처럼 노사 자율에 맡겨도 현안을 원만하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불신이 넘치는 사회는 쉽게 될 일도 안 되는 법이다.
새해를 목전에 두고 정부 부처들이 의욕적으로 업무계획을 내놓고 있다.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여러 사업들을 추진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갈등에 꽉 갇혀 있는 현실은 이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 확충에 무엇보다 우선순위를 둘 때가 됐음을 느끼게 한다.
내년 G20 회담 주최국으로서 국 격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 요즘 부쩍 강조되고 있으며 사회적 자본을 늘리는 것이야말로 국격과 맞닿아 있는 일임을 명심해야 하며 변해야 된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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