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44일 남겨 놓고 정치판은 犬(개견)판으로 변질돼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가 보도된 지 이틀 만인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34개 파일, 160분 통화’가 공개되는 등 정말 난장판이 되고 있다.
누구나 녹취 파일을 듣고 녹취록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선거법 위반 여부나 정치적 득실 등을 떠나 선거를 이전투구로 만든다는 점에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유권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필요한 측면도 있으나 계획적인 음모론은 국민들은 용납 할 수 없다는 여론이다.
김건희씨는 엉뚱한 생각들을 하는 기자들을 믿고 할말, 못할 말을 구분 못하고 한심한 행태를 이용 당 하는 꼴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후보 녹취록은 훨씬 충격적이다. 형(작고) 및 형수와의 욕설 파문은 이미 알려졌지만, 녹취록을 보면 예상보다 내용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우선, 주고받은 욕설의 ‘수위’가 그렇다. 통화가 이뤄진 지난 2012년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녹음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는 것도 얘기다. 그런데도 거리낌 없이 욕설을 한 것은 인성과 품격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집안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고, 절연(絶緣)에 이르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막말을 하면서 욕을 해 대는 경우는 별로 듣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놀라고 있는 것이다.
대선이 이제 44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새로운 시대를 기대할 수 있는 국가의 비전이나 정책 대안 등 글로벌 시대에 걸 맞는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판의 선거전은 언제니 그래 듯이 유례없는 유언비어는 물론 포퓰리즘 광풍(狂風)과 저질 상대방 비방을 비롯해 자기의 잘못도 모른 채 사설과 만화로 둔갑된 논평 등을 하는 단골 저격수들의 행태는 가관이 안일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관권선거의 개입이 난무한 것이다, 선거판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선두권인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책임도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집권세력이 국정 책임은 뒷전이고 돈 뿌리기 선심 공약을 선창하고, 문재인 정부가 노골적으로 뒷받침하는 게 문제로 드러나는 관건 선거의 모습이다.
그런 와중에 보수 야당도 허겁지겁 따라잡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선 예로 병사 월급 200만 원이 상징적이다. 1월 추가경정예산 추진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말대로 ‘자유당 때 고무신 선거와 다를 바 없는 국정 코미디’에 속한다는 얘기도 맞는 말이다. 실제로도 6·25전쟁 직후인 1951년 이후 처음이고, 미국 원조로 유지되던 그때는 회계연도가 4월에 시작됐음을 고려하면, 사상 처음이나 다름없다는 지론이다. 지금 국회는 본예산 집행조차 제대로 시작되지 않았는데, 추경 규모가 14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늘어나면서 돈 풀기 선거를 부추기는 것이다. 최근 당·정에선 명절(설) 전에 정부가 추경 안을 제출하고, 공식 선거운동 직전인 2월 중순에 통과시킨다는 일정이 거론되면서 차기 정부로 이임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한술 더 떠 국민의힘은 아예 50조 원으로 늘려 5월 새 정부 출범 직후에 집행하자고 맞불을 놓고 있다. 여당과 야당 후보 들은 탈모 치료, 반려동물 쉼터와 의료보험 혜택 등을 확대 한다는 ‘소확행’ ‘심쿵’ 공약까지 쏟아내지만,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개혁 및 노동시장 유연성 등 절박한 국가적 과제는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안 후보는 국민연금과 공적연금 통합 등 대안을 제시하고 추경에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근 안 후보 상승세는 해도 너무한 포퓰리즘 행태에 대한 반작용 성격도 있다. 또, 유력 후보와 가족을 상대로 한 흠집 내기 경쟁은 관음증 수준으로 전락했다. 관변 매체의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 통화 녹취 공개가 대표적이며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여당의 관권선거 우려는 국민들이 높은 관심을 갔고 있다.
지금 더 큰 문제는 이 후보의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3명이나 사망의 길을 택했음은 물론 친형을 정신병원 강제 입원 의혹과 관련한 새로운 단초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측근임을 부정했던 유동규 씨가 이 후보 및 부인 김혜경 씨와 형 사이의 통화에서 거론된다. 형이 “(김 씨가) 음대 나왔다며, 그래서 유동규가 음대 나왔는데 뽑았냐 ·”라고 하자 이 후보는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라고 답했기 때문에 각종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포퓰리즘과 관권선거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결국엔 나라를 망치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를 막을 책임은 국민에게 던져졌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주는 돈 받고 제대로 찍자’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안타깝게도 이번 대선에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로 조성되고 있다는 여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