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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엘살바도르 선교지에서 들려온 헌당의 기적

특별기고 / 황병철 선교사 - 하나님 얼굴(빼니엘)을 만나는 엘살바도르 초대 교회 세워져

  • 입력 2021.01.21 18:55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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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동네가 왁자지껄하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찬양이 퍼진다. 알록달록, 집에 있는 제일 예쁜 옷을 입고 온 아이,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산속 농촌의 하늘이 오늘따라 시리도록 더 푸르다. 망고나무 가지에 장식해 놓은 풍선들도 들떠서 날아오를 듯하다.

“여러분!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하나님께서 새 교회당을 주셨습니다. 기적 같은 일입니다. 이제 헌당 기념 테이프를 절단하겠습니다. 다 함께 하나, 둘, 셋을 외쳐주십시오.” “우노”(하나)! “도스”(둘)! “뜨레스”(셋)! 선교사와 교회 지도자들이 테이프를 자른다. “와!” 함성을 지르며 손뼉을 친다. 오늘은 ‘빼니엘’ 교회 헌당식 날이다.

작년 한 해 코로나 광풍이 불었다. 지구촌이 죽음과 절망, 불경기와 사투를 벌였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다름아닌 선교지. 많은 선교사가 감염의 공포와 재정적 어려움으로 고국으로 철수했다.

특히 중남미는 코로나 폭발의 진원지. 시체가 거리에 산더미처럼 쌓이기도 했다. 성전을 건축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다. 재정 확보도 난감할 뿐 아니라 건축 중에 코로나에 걸리면 아니한 것만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악조건을 극복하고 건축을 마치고 한 달 전에 헌당한 교회가 있다. 바로 엘살바도르에 있는 ‘빼니엘’(Peniel) 교회이다. 코로나 시대에 교회와 선교가 위축되는 상황 속에서 선교지에서 들려온 헌당의 소식은 위로와 도전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살인률을 자랑하는 엘살바도르에서말이다.                                   
                                             
기적 하나. 헌금 모금

건축 헌금이 모아진 것부터 기적이었다. 1년 전에 황 선교사가 건강 검진 차 한국에 들렀다가 어느 기도회에 참석했다. 기도회가 끝나자 사회자가 그에게 선교지 현황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황 선교사는 즉각 ‘빼니엘’ 교회가 떠올랐다. 그 교회는 맨 땅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모기에 물리고, 흙먼지가 날아들었다. 어린이들이 50명이나 되어 장래가 밝은 곳이었다. 그러나 양철 지붕아래 사람이 살고 소가 달구지를 끌고 다니는 가난한 곳이라 그들 스스로는 건축을 꿈도 꿀 수 없었다.
황 선교사가 ‘빼니엘’ 교회 소개를 마치자마자 한 분이 다가와서 건축 헌금을 하겠다고 했다. 그가 바로 최명은 사모였다. 선뜻 건축 헌금을 하게 된 내막이 이렇다. “시어머님이 천국에 가실 때가 가까 왔어요. 생전에 교회당 한 곳을 건축하시고 싶다며 모아둔 돈이 있어요. 그 돈을 ‘빼니엘’ 교회를 짓는데 쓰면 좋겠네요.” 이렇게 해서 건축 헌금 절반이 확보되었다. 기적이었다. 왜냐하면 황선교사와 최 사모는 생면부지, 그날 처음으로 만났기 때문이다. 교단도 달랐다(장로교와 감리교).  나머지 절반의 건축 헌금도 하나님이 역사하셨다. 최 사모로 부터 ‘빼니엘’ 교회 사정을 들은 이예영 사모(교회)가 감당해 준 것이다. 그 또한 황선교사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기적 둘. 코로나 중에 지키신 하나님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 속에서 교회당을 건축해야 하느냐 마느냐? 고민이 많았다. 하나님의 도우심과 기도의 능력을 믿기로 했다. 작년 9월 5일 기공 예배를 드렸다. 뙤약볕 아래서 마스크를 쓰고 2시간 동안 찬양과 기도로써 하나님의 도움을 구했다.

건축이 시작되었다. 온 교인이 달라 붙었다. 톱으로 나무를 잘라냈다. 큰 돌은 어른들이, 작은 돌은 아이들이 골라냈다. 여학생이 리어카로 벽돌을 나른다. 공터에 솥을 걸고 장작을 피워 공사기간 내내 또르띠아(엘살바도르 전통음식)를 구워서 인부들을 무료로 섬긴 집사도 있다.

황 선교사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현장을 방문했다. 공사상황을 세밀하게 점검했다. 담임목사와 교회 리더와 같이 공사장 바닥에서 기도했다. 직접 삽을 들고 모래를 나르기도 하고 시멘트를 통에 담아 날라 주기도 했다.

착착 공사가 진행되었다. 벽이 세워졌다. 지붕이 올라갔다. 천장도 입혔다. 엘살바도르의 대부분의 교회는 양철 지붕만 하고 천장 공사를 하지 않는다. 양철로 데워진 공기가 안으로 들어와 교회당이 찜통 같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천장공사까지 했다. 바닥은 나뭇결 타일을 깔았다. 앞면은 붉은 벽돌로 아름답게 마감했다. 십자가를 세웠다.

드디어 완공. 3개월동안 한 명의 인명 사고도 없었다. 코로나에 걸린 사람도 없었다. 물 가운데 지날지라도, 불 가운데로 통과할지라도 지켜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되는 순간이었다. 건축 헌금도 모자라지 않게 딱 맞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묻는다. “언제 헌당합니까?” “빨리 교회당에 들어가 보고 싶습니다.” “우리 마을의 자랑입니다.”

기적 셋. ‘엘사’ 선교회의 헌신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기적이 있다. ‘엘사’ 선교회(회장 김상호 목사)이다. 황 선교사가 엘살바도르로 떠날 당시에는 그를 지원하는 선교회가 하나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협력을 약속했던 교회가 재정난으로 후원을 끊었다. 이것을 늘 안타깝게 여기던 김상호 목사와 서은화 권사, 차안미 권사가 주축이 되어 선교회를 탄생시켰다. 선교회의 이름은 ‘엘살바도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줄여서 ‘엘사’ 선교회로 지었다. 처음에는 열명도 안되는 인원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성장을 거듭하여 든든한 선교회가 되었다. 3개월마다 한 번씩 모여서 선교지 상황을 나누고 뜨겁게 기도하며 후원한다.

회원들의 헌신은 교회 비품 마련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건축이 완공되자 비품을 구입해야 했다. 의자, 선풍기, 마이크, 앰프, 키보드.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너나 없이 참여했다. “제가 마이크를 하겠습니다.” “제가 선풍기 2대를 하겠습니다.” “의자 10개 추가요!” 이렇게 해서 의자 200개, 선풍기 10대, 마이크 2대, 키보드 한 대 등 모든 비품이 완벽하게 갖추어졌다. “하나님이 어쩜 이리도 정확하게 맞추어 주시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어느 회원의 간증이다. “빼니엘’ 교회 건축은 제가 아니라 선교회를 통해서 하나님이 하신 것입니다.” 라고 황 선교사는 힘주어 말한다.

황 선교사는 헌당 예배 때 이렇게 설교했다 “여러분들은 한국의 형제자매의 도움을 통해  교회당을 완성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받은 사랑을 세상에 되돌려 주십시오. 여러분보다 더 가난한 교회, 더 고통받는 곳을 찾아가서 사랑을 베푸십시오.”
그렇다. 선교는 되돌려 주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전에 가난과 우상에 찌든 조선에 푸른 눈의 선교사가 와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했다. 황 선교사와 ‘엘사 선교회’는 그 사랑을 엘살바도르에 되돌려 주었다. 꼬레아노(한국인)로 부터 받은 사랑을 그들 또한 세상에 되돌려 주기를 기대하면서.

‘빼니엘’ 교회 길예르모(Guollermo) 담임목사가 감사의 말을 전했다. ”오늘과 같은 기적이 있을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 한국의 형제들을 통해서 이 아름다운 교회당을 지을 수 있게 하셨습니다.”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다들 아멘, 아멘 하면서 박수를 친다. 

헌당식은 그야말로 동네 잔치였다. 믿지 않는 자들까지 초청했다. 교회당 옆 마당에 불을 피워 소고기를 구웠다. 밥을 짓고 샐러드를 만들었다. 시내에서 피자와 음료를 시켰다. 진수성찬이다. 밤이 깊어 가도 떠날 줄을 모른다. 망고 나무에 걸린 전등이 성도들의 얼굴을 비춘다. 그 얼굴들이 바로 이 교회의 이름처럼 ‘빼니엘’(하나님의 얼굴)이 아닐까!    

- 황병철 선교사 약력 /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Internatioanl Theological Seminary 졸업(목회학 박사). 중국 연길 한인 연합 교회 담임 역임.현) 엘살바도르 GMS 선교사 사역 중. 저서)아굴의 기도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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