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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교수의 '밭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문제열

  • 입력 2020.04.13 15:24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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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아세안 10개국, EU 28개국, 미국, 호주, 캐나다, 베트남 등 57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특히 2015년 12월 체결된 한·중 FTA가 많은 농업인들에게 근심과 충격을 주었다. 당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향후 20년 동안(2016~2035년) 중국농산물 수입에 따른 피해 추정액이 10조4782억 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이중 신선채소가 6조1208억 원, 특용작물이 4조2313억 원을 차지해 98.8%가 밭작물에 집중돼 있다. 중국은 밭작물 농업기술 보급을 위해 이미 2014년에 10억 위안, 우리 돈으로 1,8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본격적인 경쟁력 높이기에 나섰다. 이후 지속적으로 밭작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재정을 집중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밭 농업경영은 취약한 실정이다. 밭 농업 종사 농가는 대부분 벼를 재배하는 농가에 비해 경영 규모가 영세하다. 또한 밭작물은 소량 다품목 재배구조로 시장성이 낮고 많은 노동력이 들고 기계화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로 우리나라 벼농사의 기계화율은 2000년 87.2%에서 2018년 98.4%수준까지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밭농사의 기계화율은 45.9%에서 60.2%까지 오르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의 밭작물 재배면적이 2003년 71만9천ha에서 2018년 75만1천ha로 약 4%가량 늘어났다. 최근 귀농귀촌인구가 증가하면서 전통적인 벼농사보다는 고소득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밭 농업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밭 농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 생각하고 이에 대한 몇 가지 발전방안을 제안해 본다.
첫 번째, 밭 농업 기반확충이 필수적이다. 경지정리와 진입로 포장 통해 편리하게 농기계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계화 작업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기계화를 원활하게 하는 재배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두 번째, 농기계 생산업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밭 농업은 소규모다. 규모가 작다는 것은 농기계 제조 회사 입장에서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밭 농업 농기계에 대한 연구 투자나 제조를 기피하는 원인이 된다. 농기계 임대사업 확대나 연구비 지원 등 적절한 정책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세 번째, 농작업의 표준화다. 육묘, 이앙, 생육관리, 수확 등 단계별로 재배기술이 표준화된 벼농사에 비해 밭농사는 작물별·지역별로 기술 격차가 크다. 따라서 기본적인 재배기술을 표준화시킨 다음 지역 특색을 고려한 강점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네 번째, 품질 경쟁력과 생산 역량을 갖춘 공동 경영체 육성을 통해 체계적인 규모화와 조직력을 확보해 생산비를 절감하고 고품질 생산을 유도해야한다. 고소득 작물의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해지면 농가 소득에 큰 도움이 되고 밭농사가 발전할 수 있다. 또, 지역 특성을 살린 특화작물을 육성해야 한다. 이를 고소득 수출원으로 삼는다면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로 판매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논에서 밭농사를 지을 수 있는 논 범용화(汎用化) 추진도 고려해볼 사항이다. 우선 침수가 되지 않는 배수 양호 지역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사업성을 분석해 대상지역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경지이용률 향상, 생산비 및 노동력 절감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남북통일의 시대를 맞아 밭 농업은 농업분야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줘지지만 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밭 농업 육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업정책을 재편하고 착실히 준비해 밭 농업을 좋은 위치에서 선도하기를 기대한다. /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문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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