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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과 견제를 위한 수사구조개혁

독자투고-인천 미추홀경찰서 수사과 수사지원팀 오성태 경사

  • 입력 2019.10.18 15:08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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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물이 썩는다.’라는 옛 속담이 있다. 흐르지 못하고 한 곳에 고여 있는 물은 썩는다는 뜻으로, 사람은 부지런히 일하고 자기 자신을 발전시켜야지 그저 가만히 있으면 제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남보다 뒤떨어지기 마련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권력이 집중돼 소통하지 못하고 견제 받지 않는 집단도 고인 물과 매한가지로 청명(淸名)을 잃게 되는 것이다.
여러모로 이슈가 되고 있는 ‘수사구조개혁’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대한민국의 검찰은 수사권과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영미법계에서는 경찰의 수사권과 검찰의 기소권을 구별해 각각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독일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사와 기소가 모두 검찰의 권한이긴 하나 검찰은 자체적 수사 인력을 보유하지 않아   실제 수사는 경찰이 시행하며 검찰은 순수하게 법률적 통제만 함으로서 경찰과 검찰은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검찰만은 범죄에 관한 수사와 동시에 법원에서 유·무죄 판단이 가능하도록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판결의 선고와 영장 발부의 허가를 제외하고는 수사의 시작, 영장청구, 기소여부, 공판 집행 등 수사의 처음과 끝이 가능한 실정이다. 이와 같은 권력의 집중은 결국 고인 물을 만들어 내게 된다.
한 때 수사구조개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경찰에서는 국민을 위한 수사권 확립을 위해 각종 시책을 시행하고 있다. 경찰 수사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영장심사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내사·수사 단계에서의 지도 및 감독 기능 강화를 위한 수사심사관 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영상녹화 및 진술녹음제도 역시 확대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변호인 참여권 실질화 해 수사단계에서의 피의자 방어권 보장 및 적법절차를 준수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수사구조개혁은 누가 더 큰 힘을 가져야 하는가의 권한 강화를 위한 다툼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이 서로를 견제하게 하는 시스템이며, 균등한 권한 배분을 통해 국민에게 더 질 높은 치안서비스 제공을 위한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권력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 아래 경찰은 공판을 위한 수사관으로, 검찰은 객관적 기소권자가 됨으로서 국민을 위한 기관들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고여서 썩어가는 물이 아닌, 국민 권익증대와 사법질서 수호를 위한 경찰의 수사구조개혁 의지가 흐르는 맑은 물이 돼 국민에게 닿기를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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