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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원짜리 조국 티셔스는 이제 안개속으로
홍성봉의 是是非非>
2019년 10월 15일 (화) 홍성봉 shilbo@naver.com

지난 주말 서초동 근처에 지인을 만나러 갔었다. 오후가 되면서 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조국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나는 문득 중국 문필가 주쯔칭(朱自淸)의 수필을 읽은 기억이 떠 올랐다. 수필속에 나오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수도 베이징으로 유학 떠나는 아들을 배웅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그리고 있었던 기억을 더듬으며 이 글을 적어 본다.
철길을 건너 귤을 사오겠다는 아버지는 뚱뚱한 몸으로 뒤뚱뒤뚱 기어오르듯 플랫폼에 오르는 모습이다. 아들은 할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실직으로 힘겨워하고 있던 아들에게 아버지는 어렵게 사온 귤 꾸러미를 손에 쥐여 주고는 떠나가는 장면의 모습이 생각난다. 수필 속 아버지의 부정(父情)은 많은 사람이 가슴에 새긴 자신의 아버지와 겹쳐질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날 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만 원짜리 티셔츠를 입고 그런 감성의 아버지를 소환하려는 듯 보이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가족들이 검찰에 조사가 시작 되던 조국 당시법무부장관이 딸에게 줄 케이크를 사 들고 집으로 들어서다 찍힌 뒷모습을 그림으로 찍어낸 상품이 티셔츠로 만들어 판매한 것이다. 연출이라는 의혹도 있었던 그 사진이 들어간 티셔츠였다.
가족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와중에 조 전장관이 페이스 북 프로필 사진으로 잠시 바꿔놓았던 모습이기도 했다. 법과 정의에 따른 원칙과 신념을 보여줘야 할 법무부장관이 지지자들에게 감성적인 신호를 보내기에 앞장선 것으로 연출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나는 조국이다(I am Cho Kuk)'라고 인쇄한 티셔츠는, 앞면엔 'I am' 글자와 뒷모습 그림이, 뒷면엔 '조국 수호자(guardian of motherland)'가 적혀 있었다. 장엄해 보이는 영어 문구까지 곁들이니, 변종 인간 사이에서 유일하게 인간으로 살아남은 주인공을 그린 영화 '나는 전설이다' 포스터가 언뜻 떠오른다.
케이크 대신 개 한 마리를 끄는 게 차이가 났을 뿐이다.해간 지지자들의 결속을 다지는 데 슬로건 티셔츠만큼 값싸고 효과적인 것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어느 잡지에서 본 기억으로 영국 디자이너 캐서린 햄넷은 지난 1984년 당시 마거릿 대처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58%는 퍼싱(핵탄도 미사일)을 반대한다.'는 티셔츠를 입어 패션계 역사를 새롭게 만들기도 했다. 캐서린 햄넷은 문구는 멀리서 읽을 수 없지만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다고 말한 실화가 있었다. 하지만 신뢰가 훼손됐는데도 감성적으로 신성시하는 극단적인 태도는 무조건 그를 믿으라는 배타적 신념을 키워내는 도구가 될 뿐이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신성한 가치를 위해 뭉치는 능력은 인간이 유일하지만 그 뭉침이 모든 걸 선과 악으로 분리해 보게 하고 결국 우리의 눈을 멀게 한다고 주장했다.길거리에서 아이돌 굿즈(goods)처럼 매대에 오른 조국 전장관의 모습이 담긴 티셔츠를 보니 가격표가 궁굼했다. 이미지 원작자가 상업적 판매를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는데, 해외에선 최대 42.95달러, 국내 온라인에선 2만~3만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집회 현장에서는 1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판매자는 수익금 일부는 서초동 집회를 주도한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에 기부한다고 했다. 그와 같이 '개싸움' 와중에 나라는 갈라졌고 경제는 추락했으며, 누군가는 '영웅'이라 착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돈을 벌고 있었다는 것도 주말 집회의 현장 모습이었다.
이제 어수선 하기만 했던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지난 주말 서초역 4거리 2.7㎞를 열십자로 꽉 메운 인파 속에서 열렸다. 마지막 9번째 집회의 주제는 “우리는 언제든 다시 모인다(We’ll Be Back)”라는 주제였다고 한다. 이들 참석자들은 ‘최후통첩문’에서 검찰의 과잉수사 중단, 패스트트랙 안건(공수처·검경수사권조정 법안) 신속 처리, 자유한국당의 정치 복귀, 언론적폐 청산과 정론직필을 촉구하고 있었다. 이들 집회자들은 “낡은 시스템을 여기서 끊자”고 외치며 줄지 않은 대오와 함성으로 촛불집회 ‘시즌1’을 마감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입원한 길 건너편 서울성모병원 앞에서는 우리공화당과 보수단체가 연 맞불집회도 열렸다. 주말 밤 대검찰청 벽에 레이저로 쏘아진 ‘검찰개혁’ ‘조국수호’ 옆에는 보수단체가 쏜 ‘조국 구속’ 글씨도 맺혔다. 숫자 싸움까지 벌인 두 갈래의 민심이 동시에 맞부딪친 상징적 장면이었다. 그러나 조국 장관이 사퇴 하면서 이제 그들은 씁쓸한 모습이 담긴 티셔츠를 벗어던지고 그 힘을 하나로 뭉쳐 이제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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