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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어선’ 국민 앞에 거짓말한 軍…관계장관 문책해야
홍성봉의 是是非非>
2019년 06월 21일 (금) 홍성봉 shilbo@naver.com

지난 15일 삼척항에 접안한 ‘북한 어선’ 문제는 ‘안보 붕괴 사태’로 규정해야 할 만큼 중대한 일이다.
북한 주민 4명이 탄 어선이 직선거리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130㎞ 떨어진 곳까지 남하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심각한 ‘경계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군(軍)과 해경 등 당국 대응을 종합하면, 국민 앞에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진실을 은폐·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범죄 혐의까지 짚인다. 초동 단계에서 국방장관에 이르기까지 조사·보고·지휘 라인 전반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문책이 불가피하다. 국회 차원에서도 국정조사 등을 통해 문제점을 철저히 규명하고 국민에게 소상히 알릴 책임이 막중하다.
이런 엄청난 일들이 이날 새벽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는 것이다. 군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 어선은 지난 12일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뒤 14일 밤 삼척 동쪽 5㎞ 해상에서 엔진을 끄고 기다리다 해가 뜨자 삼척항으로 진입했다고 했다. 이날 북한 주민들은 배를 방파재에 선착해 놓고 부두로 나와 지나가는 사람에게 휴대폰을 빌리려다 112에 신고 된 것이다. 돌이켜 보면 4년 전 북한군 1명이 동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초소까지 다가와 귀순한 일명 ‘대기 귀순’ 사건과 판박이처럼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 어선이 NLL을 넘어 3일간 돌아다녔는데도 감시망이 전혀 포착하지 못한 점이다. 당시 경비함과 P-3C 대잠초계기가 정상적으로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었는데 NLL 130㎞ 이남까지 내려온 이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편 삼척항 인근에 있는 영상감시체계가 이 선박을 1초간 2번 포착했지만 감시병들은 이를 지나쳤다고 한다. 해양수산청과 해경도 CCTV로 이 선박을 관측하기는 했으나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남측 어선으로 오인했다고 한다. 물론 망망대해에서 작은 어선을 찾아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군과 해경의 해상·해안 3중 감시망이 한꺼번에 모두 뚫린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북한 주민 4명이 타고 있던 어선 발견 사흘 만인 18일 새롭게 드러난 정황을 보면 기가 막힌다. 북한 어선은 14일 야간에 삼척 인근 먼 바다까지 남하해 ‘엔진’을 끄고 대기하다가 15일 새벽 5시쯤 동해 일출이 시작되자 시동을 걸고 삼척 항에 접안했다고 한다. 혹시 야간에 진입할 경우 군의 대응 사격 등을 우려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군과 해경은 알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그 이후 상황은 더욱 한심하다. 삼척 외항 방파제도 통과해 부두에 접안했고, 오전 6시50분쯤 주민에게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 어민에게 북한 주민들은 “북한에서 왔다”면서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먼저 탈북한 친척에게 연락하려 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삼척항으로 귀순한 북 주민이 우리 국민에게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했다. 이모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쥐고 있었다고 한다. 출발지가 함북인 만큼 국경 지대에서 서울 이모와 직접 통화한 뒤 탈북을 결심했을 수 있다. 귀순자 중 젊은 사람은 "한국 영화를 본 혐의로 처벌을 우려하는 상황이었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이번 귀순은 북한의 방치된 지방과 2030세대의 좌절이 더해진 결과일 수 있다. 이 주민이 112 전화로 신고했고, 출동한 요원들에게 인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기관 고장으로 표류한 것처럼 알려진 것을 바로 잡지 않았다. 접안하고 하선까지 했다는 사실도 감췄다. 마치 먼 바다에서 발견됐거나 방파제에 정박한 것 같은 정황을 흘렸다. 국방부는 “삼척항 인근 표현에는 바다뿐만 아니라 육지도 포함된다”는 억지 주장까지 했다. 북한 어선을 폐기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신속히 옮긴 것도 의문을 증폭시킨다. 귀순 의도를 가진 북한 선박이 시동을 걸고 유유히 남하했음을 감추려는 의도로 비친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19일 “경계작전 실태를 되짚어보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남북 간 긴장완화 조치로 가뜩이나 경계 태세에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유감스럽다. 진상을 조사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상·해안 경비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일벌백계와 읍참마속 심정으로 문책해야 군 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다.
노후화된 관측 장비를 교체하고, 장병들의 교육과 훈련을 통해 감시 능력도 키워야 한다. 허물을 덮으려는 군의 고질적인 병폐도 차제에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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