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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윤한덕 의사의 순직을 응급의료체계 구축으로 답해야 한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 입력 2019.02.13 15:21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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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전날인 지난 4일 저녁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병원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누적된 피로가 죽음을 부른 것이다.
사망한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엊그제 거행됐다. 윤 센터장의 명복을 빈다.
지난 2012년부터 센터장을 맡은 고인은 평소에도 주중엔 귀가하지 않고 집무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전국의 응급의료 상황에 대응해 왔다고 한다. 25년간 응급의료에 종사하며 수많은 응급환자들을 살려 낸 고인이 막상 자신의 건강은 돌보지 못해 황망히 떠나 먹먹함이 국민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윤 센터장이 어떤 의료인이었는지는 순직 당시의 모습이 말해준다. 그는 사무실 의자에 앉은 채로 숨졌다. 책상에는 응급의료 관련 서류가 쌓여있었고, 사무실 한쪽에는 남루한 간이침대가 있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국내 응급의료 인력과 시설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다. 이곳 책임자인 윤 센터장이 설 연휴에 퇴근도 못한 채 전국의 병원 응급실과 권역의료센터의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을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가족들이 설날 귀성을 약속한 윤 센터장과 며칠째 연락이 닿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숨진 그를 발견했다고 한다. 안타까우면서도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죽음이다.
윤 센터장의 죽음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후진적인 응급의료 시스템과 척박한 의료 현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그는 평소에 환자들이 병원을 전전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응급실과 외상센터 등을 통합한 원스톱 서비스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고 한다.
병원 응급실에 시스템이 구축돼 제대로 작동만 했어도 윤 센터장이 과로로 숨지는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매일 집무실에서 쪽잠을 자며 전국의 응급 상황을 관리했겠는가 하는 생각을 정부는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정부는 이참에 응급의료 시스템의 미비점을 점검해 뜯어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아우성 이다. 그 것만이 고인의 유지에 화답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의료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 개선도 중요하다는 여론이다. 윤 센터장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오늘은 몸이 세 개, 머리는 두 개였어야 했다, 응급의료는 긴 연휴만으로 재난이라며 인력 부족 현실을 한탄한 적이 많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응급의료 현장뿐만이 아니다. 지난 1일 인천의 한 대학 병원에선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당직 근무 중 갑자기 숨졌다. 24시간 근무한 뒤 추가로 12시간을 근무하다 사망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말 정신질환자를 돌보던 임세원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데 이어 응급의료에 헌신한 의료인이 또다시 세상을 떠난 것이다. 환자만을 생각하다 정작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한 의료인들의 잇단 순직은 척박한 의료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윤 센터장은 생전에 병원을 전전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응급환자를 위해 의료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응급의료시스템을 완성해 경각을 다투는 환자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는 것이 그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다.
윤 센터장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자원한 이후 25년간 응급의료의 외길을 걸었왔다고 한다.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맡고 난 뒤에는 응급의료기관평가 사업, 응급의료 전용헬기 도입,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헌신해왔다고 동료들은 말하고 있다. 그는 평소 부실한 의료체계 때문에 환자에게 황금 같은 시간이 버려진다며 질타했다고 한다. 자동심장충격기를 심쿵이라고 부르며 누구나 친근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윤 센터장은 이국종 아주대 교수와 함께 국내 응급의료계의 양대 버팀목이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저서 <골든아워>에서 윤 센터장을 응급의료체계만 생각하는 의사라고 평가했다.
환자만을 생각하다 정작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한 의료인들의 잇단 순직은 척박한 의료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윤 센터장은 생전에 병원을 전전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응급환자를 위해 의료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고 한다. 이제 정부부처는 하루 속히 응급의료시스템을 완성해 경각을 다투는 환자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는 것이 그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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