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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기 굴뚝농성 기록을 세운 성탄절이라니
홍성봉의 是是非非>
2018년 12월 26일 (수) 홍성봉 shilbo@naver.com

성탄절인 지난 25일 전국 곳곳에 성당과 교회에서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미사와 예배가 이어졌다. 염수정 추기경은 서울 명동성당 성탄 미사에서 “구원의 빛으로 이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맞아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시기를 기원한다.”고 메세지를 보냈다. 시민들은 날씨가 포근한 휴일을 맞아 공원과 고궁에 나들이하며 성탄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휴가를 내 고향에서 성탄절을 보낸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우리 마음에 담긴 예수님의 따뜻함을 생각한다.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되길 바란다.”는 글을 띄웠다. 그러나 기쁨과 희망이 가득한 성탄절을 75m 높이의 굴뚝에서 보낸 사람들이 있어 문제인 대통령이 보낸 모두의 행복이란 말은 현실에 맞지 않는 글이 되고 있다는 여론이다.
지난 성탄절인 25일 두 노동자가 75m 높이의 굴뚝에서 410일을 보낸 서글픈 세계 기록을 세우고 있는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45) 전 지회장과 박준호(45) 사무국장이 기록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성탄절에 굴뚝 농성 409일을 맞은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을 경신하는 날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천막 제조회사 파인텍의 모회사인 스타플렉스가 노조와 약속한 고용승계, 노동조합 및 단체협약 보장을 요구하며 지난해 11월12일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올랐다. 높은 굴뚝 위 좁은 공간에 얼기설기 마련한 천막에서 벌써 두 번째 겨울을 맞는 셈이다.
이들이 갈아치운 직전 기록을 세운 이는 같은 회사에 소속된 차광호 현 파인텍지회장이다. 차 지회장은 스타플렉스의 정리해고에 반발해 2014년 5월27일부터 408일간 경북 구미산업단지 공장 안 45m 굴뚝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차 지회장은 408일의 고공농성 끝에 모회사인 스타플렉스로부터 ‘고용을 승계하고 해고자 복직투쟁위가 꾸린 노조와 단체협약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이후 회사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회사의 약속을 받아내는 데 408일이 걸렸고, 이번엔 그 약속을 지키라고 409일째 고공농성을 하는 기막힌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409일동안 사측은 물론 사람이 먼저라는 대통령의 말씀도 헛된 소리가 되고 정부의 그 어느 부처도 노조의 주장을 무시한 채 일절 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누구도 중재나 조정에 나서지 않으면서 급기야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찬바람 속에서 농성하는 두 사람의 건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8일 인권재단 사람들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소속 종교인·시민운동가들이 무기 연대단식에 돌입했으나 아직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고공농성이 장기화된 데에는 파인텍 사태를 노사 간의 문제로 치부하고 수수방관한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도 없지 않다는 여론도 아우성이다. 노사 양측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사측이 협상에 응하지 않고, 노동자의 인권이 심대하게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여론도 정부 관계자들은 귀를 막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권에서는 처음으로 굴뚝농성장을 찾아 해법을 모색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인 것은 고무적이다. 지난 9월 10년간 끌어온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를 풀어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 이상 노동자를 허공의 굴뚝농성장에 있게 해서는 안 된다.
한국 사회가 서글픈 기록을 세운 지난 25일, 굴뚝 위 두 노동자는 긴급 건강검진을 받았다고 한다. 이날 오후 2시27분께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사, 심희준 참의료실현청년 한의사회 한의사 등 의료진 2명과 이동환 목사, 나승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가 굴뚝 위로 올라가 오후 3시부터 50여 분간 두 사람의 몸 상태를 살핀 의사 최씨는 “두 사람 겉옷을 올리자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뼈밖에 안 남아 있었다고 했다고 한다. 심장 소리가 불안정하고 혈압·혈당 모두 100 이하로 너무 낮다며 크게 우려했다고 한다.
두 노동자는 겨울에 시작해 봄, 여름, 가을을 보냈고, 다시 겨울을 맞은 것이다. 총체적인 무권리 상태에 놓인 그들의 인권을 찾아주는 일은 인권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는 대통령의 세계인권선언 기념일 약속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통신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강대교 통신탑에 올랐고, 태안에서는 만 24세의 비정규직 발전노동자 김용균이 컨베이어벨트에 말려들어가 죽는 등 노동자의 아픔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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