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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의 새로운 시대 경영철학

황용규 칼럼

  • 입력 2018.10.24 15:22
  • 기자명 황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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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배달음식 주문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김봉진 (주) 우아한 형제들 대표이사의 명암에는 ‘대표이사’란 직위 대신 ‘경영하는 디자이너’라고 적혀있다. 재미와 행복을 디자인 한다는 그의 경영철학을 담은 이 회사는 독특하고 유쾌한 마케팅으로 지난해 매출 1625억원, 영업이익 216억원을 기록했다. 치킨의 맛과 향을 감별하기 위해 와인 소믈리에를 본 떠 만든 ‘치믈리에’ 자격증 시험 실시에 무려 응시생 57만 명이 몰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봉진 대표는 올 해 42세로 젊은 세대 사이에 감각적인 감성 경영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입지적 인물이다.
평상시 그림을 좋아했는데 가정 형편 때문에 공고를 진학했지만,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 3때 대학로 디자인 학원에서 배운 솜씨로 서울예대에 들어가면서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다. 직장 생활 하면서 항상 명문대 출신들에게 밀린다는 열등의식을 지울 수 없어, 언젠가 창업을 결심하게 되는데 평소에 이런 애플리케이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마침내 좋은 사업 아이템이 떠올라 창업에 도전하기에 이른다. 그것이 바로 ‘배달의 민족’앱 이라고 한다.
김봉진 대표는 요즘 배달 앱이 자리 잡으면서 아파트 상가 안내 책자나 전단지가 주변에서 사라지게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시대는 기술의 변화보다 가치관의 변화가 더 큰 영향을 주는 시대가 됐으며, 일의 개념이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기술로 인해 세상이 바뀔 것에 대한 기대감보다 일한만큼 대우받는, 공평한 배분을 중시하는 시대가 됐으며, 그래서 경영이란 이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변화를 이끌어 가는 것이고, 변화 속에서 조직을 지키기 위해 자기는 일을 한다고 한다. 필자가 보는 김봉진 대표의 경영시각은 탁월하다고 보여 진다.
우아한 형제들 회사는, 본사 직원만 1000여 명에 가까운 큰 기업으로 발전했다. IT 기반 업무의 특성상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며 배려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비로소 조직에 공헌하게 되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김봉진 대표는 경영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힘든 것은 회사에 대한 헌신보다는 자기에 대한 자율성을 허용해 주길 원한다는 것이다. 10년 뒤엔 이런 개인주의 성향이 더 심해 질것으로 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성향의 사람들을 모아서 성과를 내는 게 경영이라고 말한다. 경영자는 “이런 현상을 외면하지 말고 인정하면서 더 적응해야 할 때며, 이제 입맛에 맞는 사람만 골라서 일을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라고 말한다. 현시대의 경영이 참으로 어렵고, 특히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다.
김봉진 대표가 말하는 미래의 사회는 누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 다양한 스토리가 넘쳐날 것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재미있는 삶을 추구하는 시대로 전향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우아한 형제들 본사 사옥에는 감성의 재미난 문구가 넘쳐난다. 예컨대 지각하지 말라는 근무수칙을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라는 식이다. 또 사회 진출을 하는 초년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세상에는 단 하나의 방정식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는 일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덜 후회한다고 조언한다.
김봉진 대표는 “회사의 궁극적인 끝은 망하는 것”이라 한다. 그러므로 나답게, 내 생각대로 해나가다가 망하더라도 명예롭게 망하자는 게 목표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가 하는 일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는 현대경영은 구태의연한 과거의 경영방식에서 과감한 혁신적 변화가 있어야 된다고 본다. 김봉진 대표가 말하는 경영처럼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변화를 이끌어 가고, 변화 속에서 조직을 지키기 위해 자기는 일을 한다는 대목이 눈길에 끌린다. 그리고 자기만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까지 다 아우르는 경영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자에게 감동을 준다. 이제는 새로운 경영철학을 정립할 시점이다.
황용규 (경제학박사, 서울매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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