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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창시자와 기업경영인의 교훈

황용규 칼럼

  • 입력 2018.09.10 15:28
  • 기자명 황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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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아주 오래 전 모 신문 기자와 인터뷰 내용이 기업인으로써는 경영철학이 남다른 CEO가 있었는데, 그 분은 현재 대성그룹 글로벌 에너지네트워크 김영훈 회장이다. 김회장의 이력은 눈부실 정도로 화려하다.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행정학, 미시간대에서 법학과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하버드대에서 국제경제학, 신학도 공부한 엘리트 중에 엘리트이다. 지금은 회사경영과 더불어 세계에너지협의회 회장직도 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래 전 김영훈 회장은 경영철학을 다음과 같이 피력했는데 세월이 지나도 그 내용이 지금까지 생생하다. “자본주의는 기업들이 정당하게 경쟁하며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하나님을 뜻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저절로 질서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김영훈회장의 독특한 기업경영 철학은 한마디로 사업현장에 신학을 접목하는 일이었다고 기자와 인터뷰한 내용이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역시 새롭다. 신학을 접목한다는 의미는 물론 사업주가 독실한 신앙인이기도 하지만 하버드에서 경제학과 신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경제학의 창시자 아담 스미스의 정신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는 사실을 필자는 곧 감지 할 수 있었다. 아담스미스는 이미 여러 방면의 학문에 박학다식한 입지적인 인물이었다. 아담스미스가 많은 학문 중에 특히 신학을 연구하는 신학자 이었다는 사실은 세간에서 대부분 잘 모르고 있다. 그는 수요와 공급이 자동적으로 가격을 결정해 시장을 형성한다는 원리를 터득했다. 그래서 아담 스미스는 그 당시 수요와 공급을 통한 자연스러운 가격의 결정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비유했던 것이다.
김영훈 회장이나 아담 스미스의 공통점이 있다면 경제학과 신학을 동시에 연구했다는 점이다. 경제적으로 혼란기에 있는 이 시점에서 해법이 되는 경제 운영의 원리를 전혀 다른 시각의 신학에서 찾아보는 것이 조금은 흥미가 있는 일이다. 옛말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도 못한다”는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옛 속담이 주는 의미가 새롭다. 오래 전부터 들어 온 속담 하나가 더 생각난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옛 속담이 경제와 신은 아주 무관하지 않는 느낌이다. 어떤 면에서는 신학을 모르고 경제를 안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러한 경제 격변기 시대에 김영훈 회장의 인터뷰가 현실의 복잡한 경제 구조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잠시 뒤돌아본다.
아담스미스는 다방면의 학문에 심혈을 기울인 학자였다. 한 때는 천문학을 연구하면서 천체의 구조가 질서정연함에 놀라며, 이는 마치 우주가, 보이지 아니하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음을 느끼고, 이와 같이 시장도 보이지 아니하는 손에 의해 조정 되듯이 수요와 공급에 의한 자연스러운 가격결정이 완전한 시장을 형성하게 된다는 원리를 깨닫고 아담스미스는 가격이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나름 주장했던 것이다. 경제의 흐름은 시장의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경제정책은 정부주도 정책보다 온전한 시장경제에 맡기며 감독자로서의 정책책임자 역할이 훨씬 더 편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원활한 경제의 흐름은 생산과 소비의 시스템이 온전히 작동될 때이다. 분배와 성장이 온전하게 작동 되려면 먼저 기초적인 생산과 소비 시스템이 잘 작동되면 저절로 돌아가게 돼있다. 인간은 욕구에 의해서 필요한 것이 생산이 되면 소비는 저절로 돌아가게 돼있다. 정부가 경제만큼은 이러한 프레임과 메카니즘의 시장만 잘 관리하고 감독하면 큰 문제시 될 것은 없다고 보여 진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혼자의 힘만으로는 너무나 힘들고 지칠 때가 많이 있다. 출세해서 잘나가면 주변에 친구들도 많고 지지하는 사람도 의례히 많은 법이다. 그러나 상황이 변해 어려움을 당하게 되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고 나중에는 혼자 덜렁 남는 마지막 잎새처럼 외로운 주인공을 종종 보게 된다. 물론 격변하는 미래를 보면 내 자신도 예외일수는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새로운 세상은 하염없이 고독하고, 말할 수 없는 외로움의 텃밭 속에서 사는 시대이다. 때로는 주변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해서 필자가 부족하나마 미약한 작은 힘을 보태지만, 내 미력한 힘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아니 할 때는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러한 환경에 김영훈 회장과 아담스미스 경제학자가 믿는 전능자 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난세에는 지혜 있는 삶의 한 방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어찌 보면 전능자의 섭리 속에 편승돼 살아가는 것이, 복잡하고 다양한 삶 속에서 쉼을 제공하는 따듯한 커피 한잔처럼, 진정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김영훈 회장이나 아담스미스가 인생행로에서 이 귀한 진리를 미리 깨달음으로써 역경을 잘 헤치고 스스로 위안 받는 지혜로운 법을 잘 터득했는지도 모른다. 그 어느 때보다 구조적 이중고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이 시대에 제발 국민들이 정치인들 무대에 아바타처럼 실험 대상으로 사용되다가 폐기처분 돼지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심정이다. 새로운 국면의 시대에 국민들이 온전한 주역으로 살아 갈 수 있도록 사회지도자나 정치 지도자들의 배려와 선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경제학 창시자와 김영훈 회장이 믿는 전능자를 향해 이 순간 잠시 눈을 감아 본다. 경제와 신학의 관계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과, 어느덧 이른 아침에 부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문득 초겨울의 느낌을 가지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황용규 (경제학박사, 서울매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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