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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고 안타까운 노회찬 의원의 비보

홍성봉의 是是非非>

  • 입력 2018.07.25 15:51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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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어리석은 선택을 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드루킹 수사가 일시 주춤하고 있다는 여론이 앞서 가고 있다. 정치판에서는 진보정치의 아이콘이었던 노 의원의 선택은 안타깝기만 하다는 여론이다. 하지만 남기고 간 유서에서 밝힌 대로 드루킹 측의 불법자금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곁가지라고 해도 그 또한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다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다.
한국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상징과도 같던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척박했던 진보정치의 희망을 쌓기 위해 갖은 고난을 딛고 매진해온 족적을 알기에 노 의원의 극단적 선택 앞에서 시민들은 할 말을 찾을 수가 없다는 여론이다. ‘드루킹’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자신에게 덧씌워진 불법자금 정치인의 굴레를 견디기 어려웠으리라 짐작은 해보지만, 한국 정치에서 노회찬의 빛을 감안할 때 충격이 쉬 가시지 않는다.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여야 정치권에서 놀라움과 비통, 참담함을 표하며 여의도가 깊은 침묵에 빠진 것이 그 충격을 가늠케 한다. 부당한 국가권력에 맞서 한결같이 노동자와 서민의 편에 서서 싸워온 노회찬이었기에 허망하기 짝이 없는 마지막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 노동계의 말이다. 죽음이 모든 것을 끝내는 건 아닐 터인데, 문제의 소멸일 뿐 해결은 아닐 터인데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고통의 밀도를 헤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난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유서에서 드루킹 측으로부터 지난 총선 직전 4000만원을 받았다고 고백하고 이렇게 자책했다. 그가 받은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이었다. 이 법은 엄격하다. 고인의 빈소를 조문한 국회의원들도 합법 후원금만으로 선거를 치르는 후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며 고인의 넋을 위로 했다. 그러나 그 법은 정의당과 노 의원 지지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한다던 법이였던 것이다.
노희찬 의원의 사망 후 방송에서는 '촌철살인'이란 말이 난데없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 1위에 떠올랐다고 한다. 노 의원 부고(訃告)를 다룬 신문기사들이 그에 대한 인물평에서 한결 같이 이 말을 썼기 때문이다. 그는 대중이 듣고 싶은 말, 특히 권력형 부패를 예리한 비유로 비판하는 데 남달라 왔다. 그런 그가 최근 특검에서 불법 자금 수수 혐의가 포착된 이후 돈 받은 일이 없다고 부인해왔었다. 정의를 외쳤던 그로선 이 말을 뒤집고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 누구보다 가책을 느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한 정치인은 노회찬은 염치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했다고 하면서 안타까움을 말했다.
그동안 특검의 드루킹 수사의 핵심은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한 조직적인 여론조작이 있었는지, 김경수 경남지사·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개입했는지 여부들이 타이틀이 돼 왔다. 드루킹 일당의 여론 조작은 킹크랩 등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작업 일부가 드러났지만, 전체적인 규모와 세부적인 방법 등 더 파헤칠 여지가 크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 연루는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드루킹 측이 총선을 앞둔 시기에 노 의원에게 돈을 건네는 등 치밀하게 움직인 것을 보면 대선을 앞두고 여권 인사들에게도 같은 수법으로 접근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여론이다. 드루킹 등장 이후 이어진 검찰과 경찰의 관련 수사 축소·은폐 의혹 리스트에 노 의원 사례가 추가돼 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특검이 두루 들여다보고 규명해야 할 사안들이다.
드루킹 특검팀이 지난달 27일 공식 출범한 뒤 한 달 가까이 지났고, 1차 수사 기간 60일의 반환점에 가까워졌으나 아직은 활발한 수사 진전은 별로 못 느끼고 있다는 여론이다.
이제야말로 본류(本流) 수사에 집중해 성과를 보여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노 의원의 죽음과 사라진 증거물들 그리고 일부 혐의 공소시효 만료 등 수사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드루킹 특검은 위축되지 말고 구체적인 성과물을 하나씩 쌓아가야 한다.
이제 노 의원이 씨앗을 뿌리고 못다 피운 진보정치의 꿈을 한때의 비난은 있었겠지만 그것이 우리 사회와 한국 정치에 더 큰 기여를 하는 길은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이제는 노 의원의 명복을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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