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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학회의 탈원전 정책 재검토를 요구

홍성봉의 是是非非>

  • 입력 2018.07.11 15:49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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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학회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 에너지 정책은 정치적 가치가 아닌 국가 실익이 우선”이라며 ‘과학적 재검토’를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과속 질주를 멈추고, 범국민 공론화의 장을 마련하라는 고언(苦言)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력학회는 이 분야 국내 산학연 전문가 5000여 명이 속한 대표 학술단체다. 연구실에 있어야 할 원자력 두뇌들이 마이크를 잡아야 하는 상황만으로도 참담하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범국민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를 공론화에 부쳤던 것처럼 이번에는 탈원전 정책 그 자체에 대해 공론 심판을 받아보자는 얘기로 추정된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계획이 발표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결정한 고리 1호기 폐쇄와 같이 경제성 문제로 조기 폐쇄하는 것이라고 한다. 경제성 문제로 폐쇄되는 원전들은 국내외에 수없이 많은데 그중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본다.
고리 1호기는 전 정부에서 10년 추가 수명연장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해 조기 폐쇄한 셈이다. 이 결정도 월성 1호기와 같이 경제성, 주민수용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리 1호기 소재지가 지역구인 하태경 의원(당시 새누리당 해운대기장을)이 의뢰한 국회예산정책처의 고리 1호기 1차 10년 수명연장 기간(2007~2017년)에 대한 경제성 평가는 3397억 원의 손실로 나타났다고 전해졌다. 그 원인은 1차 수명연장 이후 사후처리비용 상승, 이용률 저했다는 결과라고 한다.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공사 재개를 권고하면서 동시에 원자력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 결정을 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었다.
그 근거로 시민참여단의 최종 설문 결과 원자력발전 축소를 택한 응답이 53.2%로 유지(35.5%)와 확대(9.7%)보다 많았다는 사실을 발표했었다. 정부는 이 권고를 명분 삼아 탈원전 정책을 착착 이행하는 중이라고 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 4기 건설계획 백지화를 지난달 결정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원전 축소 권고는 발표 당시부터 월권 논란이 있었다. 이 위원회는 명칭 그대로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건설 재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임무였다. 큰 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권고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었다. 설문 결과는 명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역, 연령, 성비에 따라 추출한 2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1차 설문에서는 원전 비중을 유지 또는 확대하자는 의견이 축소 의견보다 4.6%포인트 높게 나왔다고 한다. 이후 시민참여단 477명으로 대상을 압축한 2·3차 설문에서는 유지 또는 확대 의견이 1.2%포인트, 4.6%포인트 차이로 높게 나오다 최종 설문에서만 축소 의견이 8.0%포인트 더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통계적 추세가 드러나지 않는 들쑥날쑥한 결과였다는 의문이다. 게다가 원전 축소와 탈원전은 다른 얘기다. 범위도 특정되지 않은 원전 축소 설문을 탈원전 정책 근거로 삼는 것은 확대 해석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은 지난해 4분기 이후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전기료 인상 압박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가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이런 부작용을 무릅쓰고도 탈원전을 해야 하는 것인지, 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국민 의견을 정식으로 구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몇 가지 사례를 보더라도 원전의 경제성은 한 국가 내에서도 원전의 형식이나 상황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원전 안전 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는 원자로 격납 건물 철판 두께 허용치 미달(한빛 2호기, 고리 4호기), 원전 시설물 내진 대책 미흡(한울 1·2호기, 고리 2호기), 고리 원전 침수 예방 대책 미흡 등 총 15건의 위법·부당하거나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확인한 바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 6월 말 여론조사에서 원전 확대·유지 답변은 54%로, 축소 32%를 크게 앞섰다. 정부의 탈원전 캠페인에도 지난해 8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때의 44%보다 10%포인트 늘어났다. 문 대통령의 공약 작업에 참여했던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캠프에 들어가 계속 제안했더니 싹 받아줬다면서. 이게 정부 정책이 돼버렸어”라고 했다고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국민 실생활은 물론, 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국가 대계가 밀실에서 비전문가 손에 휘둘렸다면 놀랍다는 여론이다. 더 늦기 전에 균형 잡힌 과학적 시각에서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공약 도그마에서 한시바삐 빠져나오지 않으면 그만큼 후유증을 더 키우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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