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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영원한 우리의 영웅일 것입니다”

새에덴교회 초청 참전용사들, 용산 전쟁기념관 찾아

  • 입력 2018.06.22 12:17
  • 기자명 유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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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은 참전용사들의 사랑과 숭고한 헌신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유현우 기자 /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지키라는 부름에 응했던 그 아들·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
미국과 캐나다에서 온 한국전 참전 노병들과 가족들은 용산에 위치한 전쟁 기념관에 들어서서 추모관에 적힌 글을 보자 왈칵 눈물을 쏟아낸다.
이들은 새에덴교회(담임 소강석 목사)와 사단법인 한민족평화나눔재단이 주관하는 『한국전 68주년 상기 참전용사 초청 보은·평화 기원행사』를 통해 지난 16일 방한한 45인으로 그동안 판문점, 해병대 사령부, 해군 제2함대, 천안함 기념관, 미8군 부대 등을 돌아보며 안보견학을 한 후 이 날(20일) 전쟁 기념관을 찾은 것이다. 
토마스 갤로웨이 퍼거슨(Thomas Galloway Fergusson)씨는 눈을 크게 뜨고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전사자 이름이 가득 적힌 동판에서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그는 6.25 한국전쟁 당시 인천과 원산에서의 상륙작전을 지휘했으며, 흥남철수에서 원래 작전계획에 없던 피난민 수송을 명령해 수많은 한국인들의 목숨을 구한 故 에드워드 알몬드 장군(Edward Mallory "Ned" Almond)의 외손자였던 것이다. 지난 1986년부터 2년 간 주한미군으로도 있었던 퍼거슨 씨는 “흥남철수에서 피난민 수송을 결심하셨던 할아버지를 매우 존경한다. 아마 그는 다른 상황이었을지라도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셨을 것”이라며 “알몬드 장군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퍼거슨 씨 외에도 이번 보은행사에 참가한 45명의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은 20일 전쟁기념관을 찾아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자신의 전우들과 아버지의 이름을 찾아 하얀 종이에 그 이름을 탁본을 뜨고, 흰 국화 한 송이를 내려놓으며 그들은 먹먹한 가슴에 한 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잊지 않고 기억해 준 것에 감격해 하며 자원봉사자들의 어깨에 기대어 눈물을 흘렸다.


전쟁기념관에서의 아쉬운 일정을 마무리한 그들은 국가보훈처에서 준비한 다과회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6.25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에 나섰던 국내외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이들의 헌신과 공로를 기리고 위로하는 자리로, 이낙연 국무총리도 함께 했다.
흥남철수는 1950년 12월 23일, 혹독했던 추위와 중공군의 포위를 뚫고 메르디스 빅토리호가 1만4천명의 피난민들을 수송해 그들을 구한, 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감동적인 작전 중 하나다. 당시 정원이 천 명 정도에 불과했던 수송선은 군수물자를 버리고, 정원의 약 7배에 달하는 민간인을 태웠다. 그리고 오랜 항해 후인 25일 크리스마스, 마침내 거제도에 도착했다. 그 기간 동안 배 위에서는 5명의 아기가 태어나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흥남철수작전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참전용사들을 향해 “여러분의 희생 덕분에 대한민국은 기적처럼 일어나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 됐고, 민주화 또한 이루었다”며 “대한민국과 국민들은 여러분의 희생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은혜를 영원히 기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목숨을 걸고 지키셨던 한반도의 평화가 항구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끝까지 성원해 달라”고 전했다.
다과회 후에는 새에덴교회가 다음날인 21일 고국으로 돌아갈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을 위해 환송만찬을 준비했다. 지난 16일 한국을 찾아 17일 ‘한국전 68주년 상기 참전용사 초청 보은·평화 기원예배’를 드리고, 18일부터 해병대 사령부, 해군2함대, 천안함기념관, 평택 주한미군, 판문점 등을 차례로 방문했던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은, 이처럼 의미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와 교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소강석 목사는 “비록 전 일정 모두 동행하지 못했지만 마음으로는 항상 여러분들과 함께 했었다”며 “미국과 캐나다에선 오신 참전용사 분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저 뿐 아니라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은 여러분들의 사랑과 숭고한 헌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부디 행복한 여정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가시길 바란다”고 인사를 전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故 도일 장군(James H. Doyle)의 손자인 제임스 도일(James Henry Doyle III) 씨는 “한국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내겐 매우 큰 특권이자 영광이었다”며 “무엇보다 서로의 기억과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다. 대한민국은 6.25 한국전쟁 후 약 70년 동안 믿을 수 없는 발전을 이뤘다. 이제 이 한반도에 평화가 임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환송 만찬의 하이라이트로 깜짝 선물이 준비됐다. 그것은 바로 5일간의 한국 일정을 담은 앨범이었다. 전 일정을 카메라맨들이 동행하며 찍은 사진을 개인별로 취합해 자신만의 앨범을 맞춤 제작해 선물한 것이다. 이들은 큰 감격에 아이들처럼 기뻐했으며, 그 동안 함께 동행해 주었던 봉사자들과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한국전 68주년 상기 참전용사 초청 보은·평화 기원행사』는 지난 2007년부터 매년 6.25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용사, 특히 미국과 캐나다 등 UN군의 일원으로 우리나라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해외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그들의 희생과 노고를 기억하고 이에 보답하는 행사를 개최해 왔으며 올해가 12년째이다. 그동안 새에덴교회에서는 본 행사를 통해 국내외 참전용사 3500여 명을 초청했으며, 이는 국가보훈처를 빼면 가장 많은 수의 참전용사를 초청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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