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트럼프의 잘못된 동맹觀에 맞장구치면 우리安保 무너진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 입력 2018.06.20 15:49
  • 기자명 홍성봉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엊그제 정부가 발표한 한국과 미국은 오는 8월 실시 예정이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유예하기로 했다고 한다. 유예기간은 따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훈련이 재개될 것 같지 않다는 발표 내용이다. 북·미 정상회담 후속작업이 본격화된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동맹관(觀)은 북한 김정은과의 동맹을 의심할 정도로 충격적이라는 여론을 보면 너무 성급한 발표라는 여론이 아우성이다. 훈련실시 중단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 행정부 내부는 물론 의회 및 전문가 그룹에서 사실상 한목소리로 문제점을 지적하자 백악관 등이 일부 해명하고 나섰지만, 지난 12일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계기로 표출된 인식의 근간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동맹의 핵심 축인 연합훈련에 대해 도발적인 워게임(전쟁연습)으로 규정하면서 돈이 많이 들어 중단하겠다고 전 세계를 상대로 밝힌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함께 피로써 지키면서 공동의 번영을 일궈온 혈맹(血盟)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가 없다는 여론이다.
북한은 연합군사훈련을 대표적인 대북 적대시정책으로 간주한다. 지난달 한·미 공군 연합공중훈련을 문제 삼아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 예정일 새벽에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도 그런 인식의 결과였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할 때 연합훈련 유예 조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조치의 진전을 대내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할 것이다. 비핵화가 체제 보장에 기여하는 것을 실증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연합훈련 중단은 일시적이나마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는 역할을 해왔다. 1992년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 때 북한은 핵물질을 자진신고 했고, 지난 3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했다. 상호신뢰를 쌓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다. 현 시점에서 군사훈련 중단이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북한에 상응하는 조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기를 거론했다고 전했지만 드럼프 대통령의 말은 어데까지가 진실인지 우리정부는 파악해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 후 연합훈련과 김정은에 대해 북한 대변인처럼 북한 주장을 되풀이 해오고 있다.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지금은 논의 대상이 아니지만 언젠가 돌아와야 한다며 철수 의지도 내비치면서 횡설 수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김정은 개인에 대해서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 등 최악의 독재 체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차치하고 자신이 얼마 전까지 했던 발언에 비춰보기만 해도 가위 정신분열증 수준이라는 여론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국인 북한을 긍정 평가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김정은에 대해 자비로운 분으로, 국가를 터프하게 운영하는 재능이 있다고 하는 등 뻥을 치고 있다. 아무리 협상 상대라고 하더라도 행정과 군대의 최고 책임자가 할 얘기는 아니라는 여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을 왜곡하고 미 정부의 오랜 동맹관도 뒤집고 있는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은 수십 년 간 진행된 방어 차원의 공개적 연례 훈련이다. 북한의 도발과 핵·미사일 위협이 과거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비용문제 등을 운운한 것도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지정학적·전략적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발언 등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런 트럼프 리스크를 우리 정부가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당장 대북 지원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을 주장하고,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와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단에도 긍정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한·미 동맹의 훼손은 곧 안보의 약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 의회는 물론 행정부에서 싱가포르 회담에 대한 자성론이 일고 있다는 사실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7일자 사설에서 군사적 훈련을 취소하는 것은 군사적 과오라며 비판했기 때문이다.
북-미 핵협상의 전주(錢主)로 나섰다가 들러리로 전락한 뼈아픈 실패를 되풀이하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