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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헌안 발의, 국회의원들이 역사적 책임을 지고 만들어야.

홍성봉의 是是非非>

  • 입력 2018.03.27 15:50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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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에 지난 26일 끝내 개헌안 발의(發議)를 전자결재로 강행한 것은, 헌법에 부여된 권한을 행사한 것이긴 하지만·지지할 수 없다는 국민의 여론 거세지고 있다. 개헌안 지향이 좌편향이어서 국민의 폭넓은 공감대와는 거리가 멀고, 그 절차에서도 국민·국회·헌법을 경시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野) 4당은 물론 정세균 국회의장조차 발의 강행을 반대하며 만류해온 것만 봐도 청와대에서 개헌안 발의를 한다는 것은 물의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야 4당의 의석만 합쳐도 현재 재적 의원의 57%를 넘는다. 의원의 33%만 반대해도 불가능한 개헌을 청와대와 여당은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독선(獨善)·오기(傲氣) 또는 지방선거용 등 정치적 계산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묻고 싶다.
개헌이 문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할지라도 정당한 절차를 걸쳐 국회에서 논의 돼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청와대는 알아야 한다.
지난 1987년 헌법 개정 후 30년 만의 개헌안이 국회가 아닌 청와대에서 발의가 된 것이다. 그런데 개헌 논의의 주인공이어야 할 국회는 하루 전날까지도 기(氣)싸움만 하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발의로 개헌 물꼬가 트인다고 한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야 3당 조차 반대 입장을 피력하며 공동대응하자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앞이 캄캄하기만 하다. 국회에서 발의하지 못한 의원들도 여야 정치권의 무책임이 절망스럽다는 여론이다.
그중에서도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후안무치 그 자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5일 여권이 개헌을 중지하지 않으면 사회주의 개헌 음모 분쇄 투쟁에 전 국민과 함께 장외로 갈 것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천명한다며 장외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국민과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지만 정작 그 말을 들어야 할 대상은 국회의원들이다. 지방선거 동시 개헌 약속을 깬 것은 물론 개헌안조차 내놓지 않은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그 누구도 찬성하고 비난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협상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사회주의 개헌안이라고 몰아붙이는 데 동의할 시민은 없을 것이며 게다가 자유한국당은 이번 개헌안에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장기집권 음모가 숨어 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는 것은 국회의원 전체의 무책임한 일이다. 개헌하면 문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는 것처럼 교묘하게 호도하는데, 시민을 바보로 아는 처사다. 개헌 정국에서 아무 역할도 못하는 민주당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으며 비판만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여당도 개헌 무산에 대한 책임을 야당에 지워 지방선거에서 득을 보려는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개헌안 발의가 대통령의 권한인 것은 맞지만 발의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시민의 권리장전을 30년 만에 새로 쓰는 개헌은 시대적 요청이다. 문 대통령이 이대로 개헌안 발의를 강행하고 야당들이 반발하면 개헌안은 부결될 게 뻔한 일이다. 모처럼 맞은 개헌의 기회가 날아갈 경우 문 대통령과 여야가 역사에 져야 할 책임은 가볍지 않을 것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25일 여야 5당이 참여하는 4개 교섭단체 협의를, 그리고 김성태 원내대표는 야4당 합동 의총과 공동대응을 제안했다. 어떤 형식이든 여야가 진지하게 개헌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선거제도 개선뿐 아니라 총리추천제 도입도 논의할 수 있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책임이다. 그러나 국회가 타협안도 내놓지 못한 채 대통령안 만으로 표결에 나서는 불상사는 국회의원 전체의 무능한 책임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국회는 60일(5월 24일) 안에 가부(可否)를 의결해야 한다. 아니면 그때까지 국회 대안(代案)을 만들어 대통령 안을 폐기하고 그것을 처리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느 쪽이든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여야가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서두르면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 이렇게 되면 2022년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6월 개헌이 정히 어렵다면, 일단 개헌 내용과 시기를 명확히 합의한 뒤 국회가 정식으로 대통령에게 대통령 안의 철회를 요청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 개헌안보다는 국회에서 꼭 개헌을 하려면 머리를 맞대고 이런 비정상을 지혜롭고 신속하게 해소해야 할 책임은 국회의원들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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