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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 음력 설 연휴를 보내면서

홍성봉의 是是非非>

  • 입력 2018.02.20 16:03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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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하는 58년 개띠들이 올해 환갑을 맞는 뜻 깊은 개띠 무술년을 맞았다.
우리나라의 음력설은 옛부터 조상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12절기를 보면서 농사일 해온 전통을 우리나라는 지켜오고 있는 명절이다.올해는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이며 개띠가 60년만에 돌아와 황금개띠라고 한다.
설날에 흰 떡국을 끓이는 풍습은 조선상식에서 흰색의 음식으로 새해를 시작함으로써 천지만물의 부활신생을 의미한다는 종교적 뜻이 담긴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흰떡은 멥쌀가루를 쪄서 안반(按盤) 위에 놓고 메로 쳐 몸이 메끄럽고 치밀하게 되도록 한 다음 가래떡으로 만든다. 이 떡을 백병(白餠), 거모(擧摸)라 했다. 꾸득꾸득해진 가래떡을 얇고 어슷하게 썰어서 떡국거리로 만들어 먹는 풍습을 이어오고 있으며 설날에는 많은 음식을 준비해서 조상들에게 세배를 들이고 윷놀이와 연날라기를 하는 등 옛 풍습을 이어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거의 다달이 명절이 있었다. 그 중에서 설날과 보름명절을 크게 여겼다. 설날은 한 해가 시작하는 첫 달의 첫 날로서 중요하며 보름명절은 농경성(農耕性)을 그대로 반영해 중요하다. 곧 농경국가에서 보름달, 곧 만월은 풍요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한 해의 시작인 정월 초하루는 천지가 개벽될 때의, 그 순간에 비유돼 최대의 날이 된다. 보름명절 가운데서도 정월 보름과 8월 보름 추석은 또한 각별하다. 정월 보름은 첫 보름이라는 점에서 보다 중시돼 대보름명절이라고 한다. 8월 보름명절은 우리나라와 같은 농경국가에서 여름내 지은 농사의 결실을 보는 시기로 수확을 앞둔 명절이어서 큰 의미를 부여한다.
옛 부터 우리 조상들은 우주 순환 주기를 60년으로 잡아 역사의 시간을 셈하는 동아시아인에게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로 새로운 한 해를 호명하는 건 특별한 의미가 있음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건 신의 탄생을 기준으로 과거와 미래로만 무한히 시간을 확장하는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ni) 같은 연도 표기나 방사성탄소로 측정되는 현재 위주의 과학적 연도 표기인 B.P.(Before the Present)로는 표현할 길 없는 깊은 반복의 율려(律呂·동양적 음률)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간지의 세계에서 시간은 사람이 의미 있게 존재할 수 있는 나이의 평균값인 60년을 되풀이하며 새롭게 시작된다. 언뜻 이탈리아 역사학자 잠바티스타 비코(G. Vico)가 주장한 나선사관, 즉 역사가 나선처럼 순환하며 발전한다는 관점과 유사하지만 결이 다르다. 비코는 비록 나선적일 지언정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고 믿었다. 이와 달리 간지의 우주는 누적적이다. 지층 위에 또 다른 지층이 퇴적되고 이 무한한 퇴적은 그저 변화할 따름이다. 이 고고학적 질서 속에서 과거란 지양해야 할 미개함이 아니라, 거울처럼 끝없이 되비춰봐야 할 아직 오지 않은 현재이자 미리 도래한 미래인 셈이다.
올해는 무술년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얼마나 수많은 무술년이 있었겠는가. 그 하나하나에 고유한 의미와 소명이 있었을 테다. 그 의미나 소명들이 맺히고 실현되며 오늘의 무술년을 오게 했을 것이다. 이 반복의 리듬 가운데서 다음 60년을 설계하는 것도 오늘을 사는 우리의 책무는 아닐까.
고려 때엔 태조 치세기인 938년을 필두로 모두 여덟 번의 무술년이 있었다. 네 번째 무술년인 1118년을 기점으로 왕조의 운명이 갈린다.
폭력으로 집권한 무신과 그에 빌붙은 간신들에 의해 골병이 든 고려는 그다음 무술년인 1238년 몽골이 침략한 와중에 국체를 상실할 지경에 이르렀고, 1298년 무술년에 접어들자 아예 고려인과 몽골인의 피가 섞인 혼혈왕이 외가인 원나라 수도에서 고려를 원격 지배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1298년 바로 이때가 이질부카로 불리던 충선왕이 원 황제 무종 카이산의 힘을 빌려 아버지 충렬왕을 밀어내고 고려왕이 된 해다. 고려시대 무술년의 이러한 궤적을 보고 있자면 마지막 무술년인 1358년 공민왕이 나라를 바로잡으려 분투하던 최후의 노력조차 허무하게 느껴질 뿐이다. 무술년이라는 소재를 붙잡고 이야기의 여정을 따라 걷다 보니 그만큼 이들의 존재는 대한민국 현재 운명에 막중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들에게 애도와 존경, 감사와 아쉬움의 마음을 동시에 갖는 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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