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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졸속 수능개편 백지화, 그나마 다행이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 입력 2017.09.01 16:28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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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거나 장관이 바뀌면 오락가락하는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이 전면 백지화됐다.
교육부가 지난 달 31일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절대평가 확대를 골자로 한 수능 개편안은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것이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은 현행 체제에서 수능을 치르고, 개편된 수능은 중학교 2학년이 응시하는 오는 2022학년도부터 적용될 것 같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수능 개편을 유예하고, 내년 8월까지 대입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늦은 감은 있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라는 여론이다.
교육 당국이 문제가 있는 제도를 강행하지 않고 한 발 물러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는 여론이다. 그러나 일선 학교 현장의 혼란이 수습된 것은 아니다. 내년부터 특목고 ·자사고의 우선선발권을 폐지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방침이어서 중2학생과 학부모로서는 고교 진학과 수능 개편의 이중고를 겪게 됐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은 내년부터 적용돼 현재 중3학생이 고교에 진학하면 개편 교과서로 공부하고 수능은 현행대로 치르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수업 따로 수능 따로 인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교육부는 졸속적인 수능 개편안 발표로 학교 현장의 혼란과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동안 수능 개편은 애초부터 무리수였다는 여론에 밀린 것 같다. 절대평가로 전면 전환하면 변별력이 상실된 수능은 무력화하고 반면 4개 과목만 전환하면 상대평가인 수학과 국어에 대한 사교육 의존도를 되레 부채질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1안과 2안 모두 선택지가 못 되는 것이다. 수시 전형의 난맥을 그대로 둔 채 수능 중심의 정시만 반쪽 개편하다 보니 문제가 더 발생한 것이다. 장관 취임 후 단 3주 만에 입시 제도를 바꾼다는 결정부터가 졸속행정 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수능 개편을 둘러싼 교육현장의 혼선은 전적으로 교육 당국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김 부총리는 사과는커녕 “이전 정부의 불통이 아니라 소통의 교육부로 거듭나고 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는 것이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엊그제 학교생활만 열심히 해도 대학 갈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19년 전 이해찬 교육부 장관도 특기 하나만 잘해도 대학 갈 수 있다고 했다. 그 결과가 '이해찬 세대'다. 새 정부 교육 실험의 대상이 된 중학생들은 이제 스스로를 '김상곤 세대'라 부르고 있다 한다.
교육부는 대입제도 개선이란 큰 그림을 제시한 뒤 수능 개편안을 내놓았어야 했다. 특히 불공정·깜깜이·금수저 전형으로 비판받는 학종에 대한 개선책 없이 수능만 절대평가하겠다는 것은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항생제만 투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학종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려면 학생부에서 경시대회와 소논문, 자격증·인증 기재란을 없애고, 교과영역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도 교육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정책이라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교육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땜질식 개편이 아닌 교육개혁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근본적인 대입제도 개선안 마련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새 교육과정에서는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통합과학, 통합사회를 배우는데 수능은 문·이과를 구분해 출제한다. 학교 공부 따로, 수능 공부 따로'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 또 중2 학생은 더 복잡하다. 이들은 고입 땐 외고-일반고를 동시에 뽑는 새 고교 입시 시스템을 따르게 되고, 대입 땐 수능 절대평가의 첫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다. 고교 학점제, 내신 절대평가 등 새 정부 핵심 정책도 이들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 발표 후 중2 교실에선 왜 우리가 교육부 실험쥐가 돼야 하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교육 시장은 입시 변화로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에게 불안 마케팅을 펼 게 뻔 하다는 것이다.
해간 이번 조치로 애초 중3부터 도입할 예정이던 수능 절대평가는 중2부터로 한 학년 늦춰졌다. 결국 지금 중3 은 고교에 가면 수업 시간엔 새 교육과정을 배우고, 수능은 과거 방식으로 치르게 됐으니 다행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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