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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나온 청와대 문건소동, 정치적 악용 없어야 한다.

홍성봉의 是是非非

  • 입력 2017.07.19 16:20
  • 기자명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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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뒤늦게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검토 등 메모를 지난 14일 전격 공개하면서 언론과 방송에서는 연일 추측성 발언을 털어내고 있어 국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는 여론이 가시지를 않는다. 모두 300여 건의 자료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고 사본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넘겼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3일 민정비서관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한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말하지만 국민들은 그런 중요한 서류를 남겨 났게느냐는 반응이다.
문건내용에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삼성 경영권 승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보수단체 관제데모, 세월호 유족 탄압 등에 개입한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며. 문건의 작성 시기와 내용, 발견 장소 등으로 추정컨대 이렇게 중요한 자료가 그동안 청와대 한구석에 방치돼 있었다니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다는 여론도 있다.
청와대가 지난 정권이 부주의하게 남겨놓은 문건들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70여일이 지난 지금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 언론에 공개하는 하면서 호들갑을 떠는 모습은 여러 측면에서 안타깝고 보기에도 민망하다는 여론이 많다. 현(現) 청와대는 지난 14일 민정수석비서관실 캐비닛에서 전(前) 청와대 문건 300여 건을 발견했다며 공개했고, 17일에는 정무수석비서관실에서 1361건이 나왔다고 밝혔다. 2015년 3월 2일부터 2016년 11월 1일 사이에 작성된 회의록 254건을 비롯해 위안부 협상, 세월호, 국정교과서 관련 서류들이고, 불법적 지시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 청와대 설명이지만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형사재판의 증거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 메모는 결함이 많다. 메모를 누가 작성했는지, 어떤 경위로 작성했는지 알기 어렵다. 청와대 발표대로 민정수석실 내 누군가가 작성한 것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적은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전에 작성자의 생각을 정리한 것인지 불분명한 것이다. 만약 작성자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라면 실제 대통령에게까지 보고가 됐는지·, 보고가 됐다 하더라도 그대로 실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인지도 알 도리가 없다. 법조계에서는 이 메모는 그 자체로는 증거능력도 증명력도 없다는 견해가 다수라고 한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현 청와대의 태도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4조에는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돼 있다. 문건의 자초지종을 파악하기도 전에 내용 일부를 공개하고 불법이 있었다고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불법이 있다면 조용히 검찰에 넘겨 사실 확인을 하면 될 일이며. 만약 현 정권 관점에서 위법적으로 생각되는 내용이 있더라도 그 처리는 신중하게 처리 했어야 한다.
청와대에서는 큰 사건의 비리 증거라도 찾아낸 듯 의기양양한 행태는 정치적 악용(惡用)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여론이다. 청와대는 5년 뒤 어떤 자료를 어떻게 넘겨줄지, 바람직한 청와대 자료 이관 관행을 어떻게 만들지 까지 생각하면서 문건 문제를 다루어 가길 바란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새로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검찰은 이미 박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지원 대가로 삼성에서 뇌물을 받았다고 기소한 것이다. 상당 부분은 탄핵 사유에도 포함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며 지금 형사 재판에서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결국 검찰 측에 유리한 일종의 보강 자료에 불과한 문건들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기자들에게 중요한 발표 내용이기 때문에 방송사들은 생중계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공개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여론이다. 실제 생중계가 이뤄지면서 청와대는 이 내용이 박 전 대통령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영향을 미쳐 뇌물죄 성립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듯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는 강도 높은 개혁도 필요하지만 정치보복성 오해를 받으면서 개혁의 당위성이 퇴색될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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