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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사격장 참사 안전불감증 국제 망신이다

  • 입력 2009.11.17 01:11
  • 기자명 편집국장 홍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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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인 14일 부산 국제시장의 실내 실탄 사격연습장에서 불이 나 일본인 관광객 8명을 포함해 10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당하는 끔직한 참사가 일어났다.
그중 6명은 1박2일 일정으로 당일 일본에서 오전 페리호를 타고 부산에 여행 온 나가사키(長崎)의 같은 마을 중학교 동창생들이었다고 한다. 동창생들은 9년 전부터 매달 조금씩 돈을 갹출해 2~3년에 한 번씩 여행을 다녔으며 이번 부산 여행은 첫 단체 해외여행이었다고 한다.
이번 사고는 한국 사회의 치명적인 안전 불감증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린 참담하고 부끄러운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안타까운 건 일본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공간에서 사고가 난 점이다. 실탄사격장은 우리와 달리 총기를 접할 기회가 없는 일본인들에게 인기 있는 단골 코스였다고 한다.
일본 언론은 연일 톱뉴스로 허술한 안전관리 실태를 질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도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희생자 신원 확인 등 사고 수습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허술했던 안전관리 실태를 보면 이번 참사는 이미 어느정도 예고된 인재(人災)라 하지 않을 수 없다. 30분 만에 그토록 많은 희생자가 나온 것은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밀폐된 실내사격장 안전관리가 총기사고와 방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화재 위험에 대한 대비는 소홀했던 것으로 지적되는 것이다.
이번 사고가 나기 8일 전 경찰과 소방당국, 전기안전공사가 합동으로 안전점검을 했으나 별 지적사항이 없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이곳은 소방차 진입로가 확보되지 않아 초기 진화와 구조가 어려웠던 것도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일본인 동창생 관광객들은 설레는 첫 단체 해외 여행길에서 뜻하지 않은 참사를 당한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관광길에 나섰던 남편을 잃은 아내, 아빠를 잃은 자식들의 비통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이번 참사는 관광 한국 이미지에 먹칠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내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정하고 있는데 앞으로 무슨 낯으로 홍보할 수 있을지 난감할 뿐인 것이다. 지난 2007년 여수 외국인 보호시설 화재나 작년 이천 냉동 창고 화재를 비롯해 대형 참사가 잇따르는 바람에 한국은 이미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나라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참사로 그 오명은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다는 여론인 것이다.
정부는 이번 참사의 상처가 빨리 아물도록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책임자를 철저히 가려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외국인 관광시설 안전 실태를 일제 점검해 구멍이 드러난 규정과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비단 외국인 희생 때문이 아니더라도 안전점검과 예방은 전천후로 치밀하게 갖추는 게 당연하다. 구석구석 후회 없도록 안전대책을 면밀히 점검하고 다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안전 불감증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온 국민의 굳은 각오가 필요함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G20 같은 국제회의를 유치했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목숨을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하고, 사람의 목숨을 어처구니없이 앗아가는 일이 절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나라가 글로벌 시대에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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